<사설>나이지리아의 殘酷통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나이지리아 군사정부가 10일 반정부인사 9명을 전격 처형한데대해 우리는 인도적 차원에서 분노를 금치 못한다.사형선고가 내려진지 불과 10일만의 형(刑)집행이다.국제사면위원회.펜클럽.
유네스코 등이 비인도적 행위에 항의하고 있으며, 현재 뉴질랜드에서 열리고 있는 영연방(英聯邦)회의에서도 강력한 항의와 함께제재조치가 논의되고 있다.
60년 건국이래 나이지리아 정정(政情)은 불안상태가 계속돼 왔다.쿠데타만 일곱번 일어났다.가장 큰 불안요소는 250개에 달하는 종족들간 대립과 갈등이다.60년대말 비아프라내전에선 200만명이 사망했다.
현재의 군사정부는 지난 93년 선거에서 당선된 아비올라대통령을 몰아내고 집권했다.그뒤 민주화운동을 무자비하게 탄압해 오고있다.가장 최근에 일어난 반정부운동은 지난해 9월 석유노동자파업이었다.투옥된 아비올라의 석방을 요구하는 이 파업을 군사정부는 무력으로 진압한 바 있다.
이번 사건은 소수부족인 오고니족의 영토반환요구 투쟁에서 비롯됐다.오고니족은 지난 90년이후 석유채굴로 황폐화된 영토에 대한 보상과 영토반환을 요구하고 있으며,지난번 대통령선거에서 아비올라를 지지했다.이에 대해 군사정부는 무차별 폭 력과 학살로대응하고 있다.처형된 작가 켄 사로-위와 등은 지난해 5월 반정부시위를 주동하고,시위도중 친정부 성향의 오고니족 추장 4명을 살해한 혐의를 받았다.
이번 사건에 대해 국제사회는 분노하고 있다.과거 유신시절 이와 비슷한 사건을 경험한 우리로서도 무관심할 수 없다.이에 대해 나이지리아 정부는 「내부문제」라고 항변(抗辯)하고 있다.그러나 이는 내부문제일 수 없다.사람엔 국경(國境) 이 있을지 몰라도 인권엔 국경이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냉전종식후 이데올로기 붕괴의 시대를 살고 있는 오늘날에도 변함없이 지켜져야 할이데올로기가 있다면 그것은 바로 인권이다.인권을 존중하지 않는나라는 국제사회에서 영원히 후진국의 오명(汚名)을 벗지 못할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