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은륜’건강 싣고 도심 질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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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온난화에 맞서는 패션계의 트렌드 키워드는? 자전거! 직장인 김모(23·여)씨는 주말마다 자전거로 한강변을 달린다. 자전거를 타노라면 몸매관리는 물론 앞서가는 패션을 만끽할 수 있어 기분이 좋다. 그가 애지중지하는 자전거는 뜻밖에도 ‘빈폴’제품. 이는 패션업체인 제일모직과 자전거 전문업체의 합작품이다.

"샤넬·구찌 등 초고가 상품 시판
국내 브랜드도 트렌드 속속 동참"

멋쟁이들의 트렌드 아이템 - 자전거
  지구온난화, 고유가 등을 배경으로 세계를 강타한 자전거 타기 열풍이 패션에까지 파고 들었다. 파리에서 시작해 서유럽 전역으로 번진 다음 서울에까지 밀려 온 ‘도심 속 자전거 타기’ 유행은 글로벌 패션 트렌드까지 변모시키고 있다. ‘자전거’란 아이템은 이제 세계 최상위 패션브랜드 뿐만 아니라 국내 중저가 패션브랜드에까지 영입됐다.
  미국 패션브랜드 ‘지스타 로’의 편수희 마케팅 팀장은 “자전거의 인기를 패션업체들이 그냥 보고만 있겠어요. 자전거의 ‘친환경 코드’는 패션소비자를 움직이는 강력한 힘이 됩니다. 또 몸매도 멋지게 가꿀 수 있어 ‘환경과 스타일’을 한꺼번에 챙기는 매력이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자전거로 시내를 누비는 광고 비주얼, 패션쇼 무대 위의 자전거 등은 이미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뿐만 아니다. 패션에 민감한 사람들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한 독특한 디자인의 자전거 제작 경쟁도 한창이다. 자전거 유행의 진원지인 파리의 브랜드 샤넬은 핸드백 장식을 차용해서 만든 1200만원 상당의 자전거를 올 봄부터 팔고 있다.
  재작년에 이미 자전거를 선보인 이탈리아의 구찌도 올 1월 한정판매 조건으로 새 자전거를 출시했다. 미국의 폴스미스와 지스타 로는 각각 자전거 업체인 메르디앙, 캐논데일 등과 합작으로 자전거 제품을 내놓았다. 높은 성능의 자전거에 패션업체의 강력한 브랜드 이미지와 디자인 특성을 보태 자사 매니어들을 공략하겠다는 전략이다.
  벤츠·BMW·아우디·사브 등 국내 수입차업체들도 자체브랜드의 자전거 판매에 나섰다. 대당 200만~500만원 하지만 내놓는 대로 다 팔릴 정도로 인기라고 한다.
  자전거는 더 이상 단순한 교통수단이나 운동용품이 아닌 멋쟁이들의 필수품이 됐다. 서울시는 2010년까지 도심 주요지역에 자전거 도로망을 확대할 계획이다. 자전거로 도심을 마음껏 누비며 멋을 부리는 소위 ‘시티 바이커 룩’이 날로 늘어날 것 같다.  
 

도심 속 자전거, 대중교통의 중심에 서다
  파리의 24시간 무인 자전거 대여시스템인 벨리브(Velib). 시내 곳곳에 정류장이 있어 원하는 곳까지 타고 가 주차하면 된다. 요금은 하루 1유로, 연회비가 4만원에 못 미친다. 지난해 7월 15일 선보인 이래 최근 한달 이용자가 150만명에 달했다. 인근의 영국·독일·네덜란드도 비슷한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프리미엄 심준희 기자
일러스트= 박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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