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부인과·흉부외과 등 비인기과는 정부가 교육비 부담하고 수가 올려줘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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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의 86%가 연 1회 병원을 찾고, 한 사람당 연 8회 이용할 정도로 병원은 우리 생활 속에 깊숙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게다가 병원은 고도의 지식서비스 기반 산업이자 노동집약 산업으로 미래의 성장동력입니다. 하지만 지금의 병원은 국민에게도, 또 산업적인 측면에서도 여전히 소외받고 있습니다.”

연세대 의무부총장겸 의료원장인 지훈상(64·사진)교수가 대한병원협회 34대 회장에 취임했다. 지 회장은 “앞으로 병협이 국민에게 더욱 가까이 다가가는 이웃으로, 또 의료산업의 첨병으로 위상을 높이는 데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행 의료는 접근성과 편의성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의료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지 못해 의료이용이 불편하고, 사회비용이 증가된다는 것.

“의약품 오남용을 줄이기 위해 시작한 의약분업이지만 본래 취지와 달리 불편하고, 불필요한 비용을 창출합니다. 지금 시점에서 객관적인 평가가 필요하지요. 병원 외래조제실을 다시 허용해 국민에게 약국 선택권을 부여해야 합니다.”

그는 또 프리랜서 의사를 초빙·진료하는 비전속 진료행위를 양성화하는 방안도 제안했다. 특정 의사가 복수의 의료기관에서 진료할 경우 공급이 부족한 마취과·진단검사의학과 등 부족한 의료인력을 활용할 뿐 아니라 국민에게도 전문의술을 제공할 기회가 넓어진다는 것.

지 회장은 병원이 보건의료산업의 중심이 되도록 각종 규제가 개선돼야 한다고 건의했다.

“의료비 억제 위주의 정책에서 품질 향상 쪽으로 정책이 선회해야 합니다. 의료기관에 대한 투자, 운영자금 확보, 시장 진입과 퇴출, 수가, 수익사업 범위 등 다양한 분야에서 대외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육성·지원해야죠.”

그는 또 “영리법인 허용으로 발생하는 수익은 과세를 통해 공공의료 및 취약지역 계층을 위한 재원으로 활용할 수 있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보충형 민간의료보험 및 주식회사형 병원 도입에 대해선 결국 건강보험의 틀과 의료의 공익적인 기능이 훼손되지 않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전문의 수급균형에 대해서도 그는 “업무강도는 높지만 기대수입이 낮고, 의료사고 위험부담이 높은 산부인과·외과·흉부외과·응급의학과 등에 대해선 외국처럼 교육에 들어가는 비용을 국가가 부담하고, 비인기과에 대한 적정한 수가 인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병원이 당면한 가장 큰 고민은 간호사 부족. 대형병원의 신·증설, 간호등급제 시행, 노인요양기관 증가 등 간호인력이 대거 필요하게 되면서 중소병원들의 경우 진료 차질이 우려되고 있다.

“정부와 병원계가 머리를 맞대고 특단의 간호인력 대책을 수립해야 합니다. 우리나라 활동 간호사수는 1000명당 1.9명으로 OECD 국가(8.6명) 중 최하위지요. 인력 수급이 원활하게 이뤄질 때까지 간호등급제 시행을 유보하고, 현행 70% 수준인 입원료 수가의 원가를 보존해 주는 등 간호인력 확보를 위한 유인효과가 필요합니다.”

지 회장은 응급의학 전문의로 국제외상 및 중환자학회 정회원이면서 대한외상학회·대한응급의학회장을 역임했다. 연세대 의료원장에 재직하며 국내 최초로 신촌세브란스병원이 국제의료기관평가위원회(JCI) 인증을 획득하도록 이끌어 국내 의료서비스의 품질을 한 단계 높이는 데 기여했다.

고종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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