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차명정치는 비겁하고 비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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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홍준표 원내대표<中>가 25일 당사에서 임태희 정책위의장<左>, 주호영 원내수석부대표와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조용철 기자]

홍준표 한나라당 신임 원내대표가 25일 당내 ‘차명 정치’를 강하게 비판해 눈길을 끌었다. 그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제시한 신조어인 ‘차명 정치’란 현재 당내에 가장 큰 정치적 영향력을 미치는 이명박 대통령, 박근혜 전 대표, 이상득 국회 부의장의 이름을 빌려 하는 정치를 일컫는다.

그는 “당내에 ‘대통령과 만났다’고 밝혀 뉴스에 나오는 것, 이 부의장 이름을 빌려 차명 정치 하는 것, 박 전 대표 이름 빌려 정치적 생존을 도모하는 것 등이 바로 비겁하고 비열한 정치”라며 “이런 일은 없어야 한다”고 톤을 높였다. 그는 이어 “정치를 하면서 실력과 능력으로 자리매김하고 커 올라가야지, 그 세 사람 이름을 빌려서 자기 위상을 높여 보고 뉴스의 초점이 돼 보겠다고 생각하는 정치는 아주 비겁하다”고 지적했다. “그런 일을 하는 사람들은 눈여겨 보겠다”고도 했다.

그의 발언은 1996년 정치 입문 이후 특별한 계보 없이 ‘마이웨이’식 정치를 펼쳐온 자신의 소신을 강조한 것으로 해석된다. 초선 당선인들에게 “줄 서기 정치 말라”는 경고를 보낸 것으로도 풀이된다.

그는 친박 인사 복당에 대해선 “박 전 대표와 이번 주 중 만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르면 26일이 될 예정이다. 그는 “복당에 관한 기본 생각은 ‘환지본처(還至本處·원래의 자리로 되돌아 오는 것)’”라며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고 했다.

◇“토요일은 확실히 쉰다”=홍 신임 원내대표는 간담회에서 “우리는 ‘노 홀리데이’ 안 한다”며 “일요일은 다음 날 언론 보도 때문에 반나절만 근무하겠지만 토요일은 기자들의 전화를 받지 않고 확실히 쉬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취임 일성으로 외친 ‘노(No) 홀리데이’ 선언과는 차이가 있다. 그는 자신이 현재 국회 환경노동위원장임을 상기시키며 “근로기준법의 노동시간을 준수해야 하지 않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그는 특히 “대통령을 만나 ‘(취임) 100일 이후부터 노 홀리데이는 하지 마시라’고 건의했다. 대통령께서도 취임 100일이 지나면 좀 쉬실 것”이라고 전했다. 또 “김윤옥 여사에게도 ‘대통령께서 오전 8시30분 이후 집무실에 나갈 수 있도록 해 달라’고 건의 드렸더니 ‘가능하면 오래 잡고 있도록 하겠다’고 답하시더라”고 말했다. 그는 이날 원내수석부대표에 친이 성향의 대구 출신 재선 주호영 의원, 수석 정조위원장에 친박 성향인 경북 출신의 재선 최경환 의원을 각각 임명했다.

글=이가영 기자, 사진=조용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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