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 영웅들의 무대 … 한국 관광객 많이 찾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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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이번 지진의 진앙지에서 가까운 청두(成都)는 역사의 도시다. 쓰촨(四川)성에서 가장 넓게 발달한 평원을 끼고 번성한 ‘하늘의 땅(天府之國)’이다. 그래서 이곳 사람들은 유유자적하는 느긋한 성격의 소유자로 유명하다.

원래 촉(蜀)의 땅이었지만, 진시황이 중국을 통일한 이후 쓰촨은 북부 중국의 한족 세력으로 들어가 지금까지 내려왔다. 그 후 이곳은 우리에게도 널리 알려진 역사적 인물들이 족적을 남겼다.

진시황이 천하 통일을 이룰 무렵 세계적인 수리시설을 지은 이빙(李氷)의 발자취가 있다. 시내에서 1시간 정도 거리에 있는 두장옌(都江堰)이다.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 볼 수 없을 정도로 정교한 고대 수리시설로 아직도 많은 관광객의 발길을 끌어 모으고 있다.

한국인에게도 잘 알려진 『삼국지(三國志)』의 촉한도 이곳에서 생겨났다가 멸망했다. 그 주인공인 유비(劉備), 관운장(關雲長), 장비(張飛)가 천하의 대업을 이루려 큰 뜻을 품었던 지역이다.

『삼국지』의 또 다른 주인공인 제갈량의 사당이 이곳에 있어 한국인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무후사(武侯祠)’로 알려진 이곳은 특히 유비와 제갈량은 물론이고 『삼국지』에 등장하는 수많은 촉한의 영웅호걸상(像)이 모셔져 있어 매니어는 물론 일반 관광객들에게도 인기가 높다.

유비는 ‘천하 삼분지계(三分之計: 셋으로 나눈다는 계책)’를 성공시켜 위(魏)·오(吳)와 다투다가 AD 223년 사망한다. 당시 촉한의 대군을 이끌고 지금의 충칭(重慶)을 떠나 싼샤(三峽)를 거쳐 이링(夷陵: 현재의 이창 근처)에서 오 나라의 육손(陸遜)에게 대패해 천하 제패의 뜻을 거둔다. 쓰촨은 말하자면 촉한의 꿈이 영글었다가 스러진 현장이다.

이태백과 함께 당(唐)대의 천재 시인으로 이름 높은 두보(杜甫)의 초당도 이곳에 있다. 당의 수도였던 장안의 벼슬자리에서 한데로 밀려나고 전란에 시달리다 가족과 헤어져 노년을 보낸 천재 시인이 시대의 아픔을 처절하게 그려낸 현장으로도 유명하다.

한족이 본격적으로 들어서기 전에 티베트와 창(羌)족이 활동하던 지역, 아울러 아름다운 아미산(峨嵋山)이 있어 중국 전역을 떠돌아 다니던 도가(道家)의 수행자들이 발길을 향하던 곳. 한마디로 중국의 남·북방 문화가 혼재한 꿈의 고향이다. 이들 유적은 7.8도의 강진을 비켜갔을까.

유광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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