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D-87 … “중국 위기관리 능력 시험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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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중국 쓰촨(四川)성에서 발생한 지진의 여파가 오는 8월 여름올림픽이 열리는 베이징(北京)에서도 느껴졌다. 개막을 88일 앞둔 시점에 발생한 이번 지진이 과연 베이징 올림픽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베이징에 파견된 외신 기자들은 “중국 정부의 위기관리 능력이 매우 미묘한 시점에 시험대에 올랐다”고 입을 모았다. 티베트 문제와 얽혀 갈등의 불씨가 됐던 성화가 중국 본토로 들어온 뒤 파문이 잦아들고 있는 시점에서 대형 악재가 터졌기 때문이다.

민간에선 탕산(唐山) 대지진이 발생한 지 30년 되는 2006년부터 최근까지 대지진 30년 주기설이 나돌며 불안감이 커져 왔다.

중국 노키아 직원 리나 레히탄(30·여)은 “지진이 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핀란드 가족으로부터 안전 여부를 묻는 전화가 걸려 왔다”며 “이번 지진이 일회성으로 끝나는 것인지 여부가 불투명해 불안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불안감은 중국인들 사이에서도 빠르게 퍼지고 있다. 중국 맥킨지 직원 진링(金玲)은 “식사 중 건물의 요동이 느껴질 정도였다”며 “잠깐 동안 탕산 대지진의 악몽이 되살아났다”고 말했다.

‘판다의 고향’을 슬로건으로 내세워 올림픽 관광 특수를 기대했던 쓰촨성 정부는 낭패에 빠진 표정이다. 쓰촨성의 유명 관광지 주자이거우(九寨溝)를 찾은 외국인들이 속속 현지를 빠져나오는 등 관광 명소로서 누렸던 이미지에 큰 타격을 받았다.

대외경제무역대 마춘광(馬春光) 교수는 “지진이 또 일어날지 모른다는 내·외국인들의 불안감을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베이징 올림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마 교수는 특히 “지난 2월 대폭설로 농산물 유통이 두절되면서 물가가 크게 올랐는데 국가적 재난에 해당하는 이번 지진도 물가에 적잖은 영향을 줄 것”이라고 우려했다.

중국 정부는 원자바오 총리를 현장에 급파하는 등 비상 상황에 돌입했다. 원 총리는 쓰촨으로 향하는 기내에서 “중국 정부는 이번 사태를 매우 중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관영 중국중앙방송(CCTV)에선 이날 밤 원 총리의 현장 도착 장면과 청두 시민들이 안정을 되찾고 있는 모습을 반복적으로 내보냈다.

베이징 올림픽 조직위 관계자는 “범정부 차원에서 사태 수습에 전력을 다하고 있기 때문에 이번 고비를 잘 넘기면 국민적 단합을 통해 성공적인 올림픽의 밑바탕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베이징=정용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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