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사랑 Hurry Up! 허리 up! <중>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03면

# 농촌형 가사노동 요통

새벽에 일어나 아침밥상 준비하고, 밭으로 나가는 시골 어머니. 밭매기와 하우스 작업에 허리 한번 제대로 펴지 못하고 하루가 지난다. 집안 일은 왜 그리 많은지. 대부분 쪼그리거나 허리만 굽히는 자세로 일을 한다. 자생한방병원이 지난 4월 내원한 여성 척추질환자 120명을 조사한 결과 25%가 가사 노동 중 가장 힘든 자세로 쪼그려 앉기를 꼽았다.

이런 자세는 허리 뒤쪽 근육을 심하게 늘려 놓는다. 게다가 휴식과 스트레칭으로 풀어주지 않아 늘어난 채로 경직된다. 이에 따라 척추 형태가 서서히 변형돼 허리를 똑바로 펴기 힘들어진다. 결국 척추뼈 사이의 말랑말랑한 디스크가 탄력을 잃고 얇아지고, 척추뼈 사이가 좁아지는 퇴행성이 진행된다.

^예방과 치료=농촌 여성들은 노동량이 많아 근육량과 근력은 충분하다. 따라서 치료를 받으면 통증이 심해도 회복 속도는 빠르다. 이들 여성에겐 3단계 치료법으로 접근한다. 우선 피로물질이 쌓인 근육을 풀어주고, 척추뼈의 형태를 바르게 하는 추나치료로 체형을 바로잡는다. 다음엔 뼈와 근육·인대를 강화하는 한약으로 척추와 주변 근육, 인대를 튼튼하게 해 척추의 퇴행을 막는다. 마지막으로 인체 면역력을 높이는 약침치료와 좁아진 척추뼈의 간격을 늘려주는 신연치료, 통증 부위의 기혈순환을 원활하게 해주는 물리치료를 한다.

# 도시형 가사노동 요통

허리를 혹사시키는 노동도 문제지만, 허리를 너무 움직이지 않는 가사노동도 독이다. 식사준비나 다림질, 청소기 사용 등 장시간 한 자세로 일하는 경우가 많아 허리에 무리가 간다. 디스크는 무혈조직이라 주변 근육을 부지런히 움직여 혈액을 보내줘야 한다. 하지만 한 자세로 오래 앉거나 서 있으면 디스크에 산소와 영양공급이 떨어져 척추가 퇴행한다. 또한 도시 주부들은 운동부족으로 허리 근육이 약해져 있다. 특히 폐경기가 시작된 50대 주부들은 근육과 인대, 뼈가 급속히 약해져 척추질환 위험요인이 커진다. 가사노동과 자세에 대한 조사에서도 주부들은 설거지(20.8%), 걸레질(20%), 청소(15%), 육아(12.5%)의 순서대로 허리가 불편하다고 호소했다.

^예방과 처방=약물요법은 세 가지 방법으로 시행한다. 디스크와 신경 염증을 가라앉히는 핵귀요법, 인대와 근육을 튼튼하게 하는 양근요법, 뼈를 강화시키는 보골요법이다.

한번 통증이 시작되면 조금만 움직여도 묵직한 통증이 계속돼 누워 쉬는 주부가 많다. 하지만 만성 요통은 오래 쉴수록 악화한다. 허리 근육이 위축되거나 약해져 통증이 더 만성화된다. 척추 근육을 강화하는 운동과 재활치료를 하고, 평소 스트레칭이나 목욕으로 통증을 감소시킨다. 자기 전 반신욕을 하는 것도 좋다. 따뜻한 청주 3분의 1 병 부은 물에 배꼽 근처까지 몸을 담그면 뻐근한 느낌이 풀린다.

# 맏며느리형 가사노동 요통

가사노동에는 단순 반복 작업도 많지만 한번에 허리 힘을 써야 하는 경우도 흔하다. 주부들이 두려워하는 김장이나 명절 등 집안 대소사가 이런 경우. 김장을 위해 절인 배추를 들고 나르거나, 장독을 옮기다 허리가 삐끗할 수 있다. 보통 바로 허리가 뻐근하고 불편하지만, 경우에 따라 한참 뒤에 근육 경련이 생기면서 허리 통증이 오기도 한다. 둔한 통증이 있는 경증부터 걷기가 힘들 정도의 심한 중증까지 다양하지만 만성요통에 비해 통증 부위가 국소적이며, 오른쪽이나 왼쪽 중 어느 한쪽 통증이 더 심하다. 추간판 탈출증이나 척추관 협착증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예방과 치료=급성요통은 추나요법으로 틀어진 뼈와 관절, 근육을 정상 위치로 돌려놓는 것이 우선이다. 다음으론 통증이 심한 부위에 침치료로 통증을 감소시킨다. 한약재에서 추출한 성분을 혈자리에 주사하는 약침요법, 인체에 무해하도록 정제한 봉침요법이 효과적이다. 약침은 염좌로 인해 생긴 염증을 가라앉히고, 봉침은 염증완화와 함께 가벼운 열감으로 뜸의 효과를 동시에 볼 수 있다.

동작침법도 좋은 효과를 가져온다. 이종진 원장은 “걷기가 힘들 정도로 극심한 급성요통 환자가 시술 즉시 보행할 정도로 임상 효과가 뛰어나다”고 말했다.

※중앙일보 건강팀·자생한방병원 공동기획

고종관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