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 끊긴 축제 부활 … ‘서울 브랜드’ 자리잡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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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열린 ‘하이서울 페스티벌 2008 봄 축제’ 폐막식을 찾은 시민들이 남사당 줄타기 공연을 보고 있다. [사진=박종근 기자]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선 4일부터 11일까지 매일 밤 ‘춤판’이 벌어졌다. 올해로 6회를 맞은 ‘하이서울 페스티벌 2008 봄 축제’의 대표 이벤트인 ‘팔색무도회’다. 축제 기간 중 서울광장은 하늘을 뒤덮은 형형색색의 발광다이오드(LED) 조명과 워터스크린 영상쇼가 펼쳐지는 ‘5월의 궁’으로 변했다. 힙합·재즈·트로트 등 흥겨운 음악이 5월의 밤을 배경으로 울려 퍼지는 가운데 매일 1만 명의 시민이 한데 모여 축제의 간판 춤인 ‘봄바람 댄스’를 췄다.

축제 현장인 서울광장을 찾은 시민 임근수(36·강서구 화곡동)씨는 “어린이날·어버이날에 어디를 갈까 고민했는데 마침 가족 모두가 함께 즐길 수 있는 행사가 생겨 반가웠다”며 “어머니와 아들에게 좋은 구경거리가 됐다”고 말했다.

◇“단절된 축제 전통의 부활”=서우석 서울시립대 도시사회학 교수는 “한국에선 고유한 문화행사로서 축제의 전통이 어느 순간부터 끊어진 것이 외국과 근본적으로 차이가 있다”며 “하이서울 페스티벌은 단절된 축제의 전통을 복원해 서울의 도시 이미지를 세계적으로 알리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이서울 페스티벌은 2002년 월드컵 응원의 열기를 배경으로 2003년 탄생했다. 통상 대학가의 축제 기간으로 인식되던 5월이 시민 모두를 위한 축제의 시기로 자리 잡은 것은 이때부터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매년 봄에만 열렸지만 올해부터는 ‘4계절 축제’로 변신을 선언했다.

올봄 축제의 주제는 ‘궁’으로 경복궁·창덕궁·창경궁·덕수궁·경희궁의 5대 궁과 서울광장에 설치한 ‘5월의 궁’에서 고궁 음악회와 뮤지컬, 전통공연 등으로 진행됐다. 8일간 축제에 참여한 인원은 145만 명이며, 이 중 외국인도 18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서울시와 서울문화재단은 봄 축제에만 35억원(협찬금 10억원 포함)을 썼고, 연간으로는 100억원 이상을 투입할 예정이다. ‘한강’을 주제로 하는 여름 축제는 7월 25일부터 8월 3일까지 한강 시민공원 일대에서 열린다.

서울문화재단 관계자는 “이번 봄 축제는 예년과 달리 주제인 ‘궁’을 중심으로 관련 행사를 체계적으로 모아 내용과 형식에서 진일보했다”고 자평했다.

◇도시는 축제로 기억된다=외국에선 축제를 통해 도시의 이미지가 형성되는 경우가 많다. 옥토버페스트(독일 뮌헨), 리우 카니발(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토마토 축제(스페인 부뇰), 백야 축제(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등이 대표적이다. 도시의 특산물(맥주·토마토)이나 종교적 전통(카니발) 등에서 기원한 이런 축제는 도시의 상징으로 자리 잡아 관광객을 끌어 모으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러나 하이서울 페스티벌은 도시 전체를 테마로 기획된 축제여서 뚜렷한 차이가 있다. 서우석 교수는 “서울을 대표할 만한 상징으로까지 축제를 발전시켜 시민의 공감대를 얻고 외국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것이 앞으로의 중요한 과제”라고 지적했다.

매년 9~10월 중 뮌헨 시내를 중심으로 열리는 옥토버페스트에는 축제 기간 중 전 세계에서 700만 명의 관광객이 찾는다. 시내 광장에는 한 번에 3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대형 천막술집이 차려지고, 맥주 600만L가 소비돼 행사 수익만 연간 1650억원이나 된다.

2~3월에 열리는 브라질 리우 카니발도 30만 명의 관광객이 찾는 대축제다.  

글=주정완·최선욱 기자, 사진=박종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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