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요리저런얘기] 라이스 페이퍼 담글 물에 손을 씻었으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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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몇 년 전 회사 동료의 집들이에서 월남쌈을 처음 먹던 일이 생각납니다. 그때만 해도 월남쌈은 지금처럼 대중적인 음식이 아니었어요.

둥근 접시에 알록달록 화려하게 담긴 모양새를 보고 저는 우리의 전통요리인 구절판이려니 했지요. 그런데 좀 이상한 게 있었어요. 각자의 자리에 손씻는 물이 놓여있더라는 거지요. 그것도 큰 국수 대접에 말이에요. ‘고급 레스토랑에서만 주는 손씻는 물을 내놓다니, 집들이 준비 제대로 했구나’하고 감탄했어요.

일행 중 아무도 그 물을 건드리지 않고 어색하게 앉아 있기에 제가 먼저 시범을 보이기로 했어요. 보란 듯 그릇에 손을 담가 찰박찰박 씻었지요. 그리고 티슈를 뽑아 물기를 닦고 있는데, 회사 동료가 난처한 표정으로 한마디하는 거예요. “이게 월남쌈이라는 건데요, 앞에 있는 라이스 페이퍼를 물 속에 잠깐 넣어 부드럽게 만든 다음 고기나 채소를 싸 드시면 돼요.”

순간 눈앞이 아득해졌습니다. 레스토랑의 손씻는 물을 단숨에 들이켰던 부장님을 그토록 놀려댔었는데, 잘난 척하다 제가 그 꼴이 돼버린거죠.

“현숙씨가 그때 손을 씻는데, 차마 아무 말도 못하겠더라고~.” 그날의 부끄러운 추억은 아직도 회식 자리의 전용 안주거리랍니다.

신현숙(31·서울 마포구 공덕동)

■ 재료=라이스 페이퍼, 쌀국수, 숙주, 당근, 미나리, 팽이버섯, 깻잎, 달걀, 토마토, 사과, 쇠고기, 파인애플, 새우, 양파.

■ 만드는 법=채소와 과일은 먹기 좋게 채 썰어 준비한다. 새우는 살짝 익혀 껍질을 벗기고 반으로 갈라놓는다. 쇠고기는 가늘게 채 썰어 팬에 볶아둔다. 쌀국수는 끓는 물에 살짝 익혀 건져놓는다. 주둥이가 넓은 그릇에 따끈한 물을 담아 라이스 페이퍼와 앞서 준비한 재료를 함께 낸다. 먹을 땐 라이스 페이퍼를 더운 물에 잠시 담아 꺼낸 뒤 그 위에 속재료를 올려 둥글게 말아 소스를 찍어 먹는다.

다음 주제는 더위 쫓는 음식

 중앙일보 week&과 청정원 국선생(鮮生)이 공동으로 매주 ‘이런 요리, 저런 얘기’의 사연을 찾습니다. 다음 주제는 ‘더위 쫓는 음식’입니다. 요리에 얽힌 에피소드를 대상 홈페이지(daesang.co.kr)에 올려 주세요. 맛있는 요리나 사연을 선정해 가정 요리 전문가인 최경숙 선생님 아카데미 5회 수강권(40만원 상당), 청정원 밑국물인 국선생(鮮生)과 맛간장 소스(10만원 상당)를 선물로 드립니다. 02-539-87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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