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공기업 자기혁신 방향 보여준 서울메트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4면

지난해 울산시에서 시작된 ‘공무원 철밥통 깨기 실험’이 중앙정부 15개 기관을 거쳐 공기업에까지 확산되고 있다고 한다. 서울메트로가 방만한 경영과 높은 임금으로 누적 결손금이 5조4000여억원이나 되는 경영상태를 심각하다고 보고 경영혁신에 나선 것은 잘한 일이다. 우리는 이명박 대통령의 공약인 공기업 민영화가 본격화되기 전에 서울메트로가 스스로 경영혁신에 나선 점에 주목한다. 개별 기업의 특성이나 여건이 충분히 반영되기 힘든 정부 차원의 개혁보다는, 자발적인 구조조정이나 경영혁신 노력이 기업에 도움이 되고 경제적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서울메트로의 구체적인 개혁 내용은 성공을 짐작케 한다. 직급에 따른 보직제를 없애고 능력·성과만으로 직책을 부여하는 등 관료 조직을 기업형으로 바꾸는 것이 핵심이다. 직책 수를 38.6% 줄이고, 인원도 연말까지 404명(3.9%), 2010년까지 단계적으로 2088명(20.3%) 감원한다. 지하철 1㎞당 운영인력이 국내 8개 도시철도 운영기관 평균의 2배에 이르고 선진국 지하철에 비하면 3배나 된다는 사실이 추동력이었다. 하지만 직원 1인당 평균 연봉은 5243만원으로 국내 근로자 평균 임금(3220만원)보다 60%나 높다. 서울메트로는 1차 혁신 작업으로 무능하거나 근무태도가 불성실한 직원 94명을 퇴출 후보로 선정했다. 1년 동안 171일이나 쉬면서도 연봉을 꼬박꼬박 챙긴 직원도 포함됐다. 자신의 환부에 스스로 메스를 가한 것이다.

공기업의 방만 경영에 가장 효율적인 대처 방법이 민영화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공기업 모두를 동시에 민영화할 수는 없다. 그럴 필요도 없다. 공기업 스스로가 경영혁신이나 구조조정에 나서는 것이 바람직하다. 민영화 실시 여부와 시기는 그 결과를 보고 판단하면 된다. 서울메트로의 개혁실험은 그래서 더욱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