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진 업체들 세금 더 내시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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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고유가로 석유업체들의 이익이 크게 늘어나면서 세금을 더 물려야 한다는 압력이 커지고 있다. 유럽 최대 석유업체인 로열 더치 셸은 지난달 29일(현지시간) 올 1분기 90억8000만 달러(약 9조1000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억2000만 달러(25%) 늘어난 규모다. 영국의 BP도 이날 전년 동기 대비 63%나 늘어난 76억2000만 달러(약 7조6000억원)의 1분기 순익을 공개했다. 마켓워치는 “두 회사의 실적은 전문가들도 전혀 예상치 못한 놀라운 규모”라고 전했다.

이에 앞서 미국의 3위 석유업체 코노코필립스도 1분기 순이익이 41억4000만 달러로 17% 늘었다고 밝혔다.

뉴욕 타임스(NYT)는 석유 메이저들의 생산량이 거의 늘지 않았는데도 엄청난 이익을 낸 것은 고유가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BP의 1분기 생산량은 391만 배럴로 지난해와 비슷했다. 셸은 가스 생산량이 9% 늘었지만 석유 생산은 6%나 줄었다.

이에 따라 세금을 더 거둬야 한다는 압력도 높아지고 있다. 민주당의 경선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은 최근 유세에서 올 여름 여행 성수기에 휘발유와 경유에 붙은 연방 유류세를 면제해 주자고 제안했다. 대신 세수 부족분을 채우기 위해 석유업체들에 일종의 초과이득세를 부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도 “석유업체들의 이윤이 새 유전 개발에 들어가는 막대한 비용에 재투자돼야 한다”며 초과이득세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최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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