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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대리모는 아기 낳은뒤 전혀 애착 못 느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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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위크던 딜(32)은 해군 장교인 트래비스와 결혼해 메릴랜드주에 정착하기 전까진 고등학교 영어교사였다. 친아들 두 명을 둔 전업주부인 딜은 현재 한 유럽인 부부를 위해 쌍둥이를 임신 중이다. 출산은 5월로 예정됐다. 그녀가 대리모로 나선 이유는 유익한 존재가 되고 싶은 소망 외에도 돈 문제가 있다.

자폐증 환자인 큰아들을 위해 치료용 놀이시설을 짓는 데 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우리 집 지하실에 체육시설을 들여놓아 큰아이가 언제든지 이용할 수 있게 해주고 싶다.” 그녀는 자식이 자폐아라는 사실이 대리모로서 결격 사유가 될지도 모른다고 우려했지만 다행히 알선업체에선 문제를 삼지 않았다.

“업체 측은 나와 쌍둥이들이 유전적으로 서로 무관하기 때문에 문제될 게 없다고 말했다. 그리고 의뢰인들도 그 문제를 내게 직접 거론한 적이 없다. 직접 거론하기엔 너무 민감한 문제라 그랬을지 모른다.”

군인의 아내는 트라이케어(군인의료보험) 수혜자이기 때문에 대리모로서 인기가 좋다. 보험이 적용되는 범위도 업계에서 가장 넓은 편에 속한다. 대리 출산 알선업체들도 그 점을 안다. 그래서 별도의 보수(5000달러)를 주면서까지 트라이케어 가입자인 군인 아내들을 대리모로 영입하기도 한다.

지난해 미군 당국자들은 2008년 국방예산안 편성에서 대리 출산에 대한 보조금 지급을 폐지하려고 시도했다. 그러나 그들의 뜻은 관철되지 않았다. 대리 출산과 관련된 정부 지출 규모에 관해 구체적인 자료가 없기 때문이었다.

트라이케어 규정에 따르면 대리모들은 대리 출산으로 받는 돈의 액수를 당국에 신고해야 한다. 그러면 액수만큼 보험 혜택이 줄어든다. 그러나 신고해 봤자 득 될 게 없는 만큼 대부분은 신고를 하지 않는다. 최근 국방부를 떠나 헬스 넷 페더럴 서비시스의 고위직에 취임한 패트리셔 버스 해군대령은 이렇게 말했다.

“의회 관계자, 의사, 일반 납세자 등 많은 사람으로부터 전해 들은 얘기가 있다. 트라이케어의 보험금으로 개인적 대리 출산 비용을 충당하면 돈을 쉽게 벌 수 있다고 자랑하는 여성들이 있다는 것이다.” 현재 미군에서는 대리 출산에 트라이케어를 적용하는 문제가 뜨거운 쟁점으로 떠올랐다.

대리모 논쟁은 미국뿐 아니라 세계적인 현상이다. 생식 기술의 발전 덕분에 거니샤 마이어스(흑인)는 현재 18주째 쌍둥이들을 임신 중이다. 의뢰인은 독일에 거주하는 카린과 라스 부부로 모두 백인이다. 그처럼 불임 문제의 해결책을 미국에서 찾는 외국인 부부가 많다. 그들 나라에서는 대리 출산이 불법이기 때문이다.

아이슬란드, 캐나다, 프랑스, 일본, 사우디아라비아, 이스라엘, 호주, 스페인, 두바이를 포함한 많은 나라의 불임 부부가 최근 몇 년간 미국을 찾아왔다.

요즘은 훨씬 더 저렴한 비용(미국의 10분의 1 수준)으로 불임 문제를 해결하려고 인도에 가는 경우도 있다. 대리 출산 분야에서도 인도에 ‘아웃소싱’을 한다는 얘기다. 이런 추세에도 불구하고 ‘대리 출산의 메카’인 미국의 매력은 여전하다.

카린과 라스는 대리모 알선업체에서 마이어스의 프로필을 확인한 뒤 그녀를 선택했다. 마이어스는 대리모 자격 심사 과정에서 가장 곤혹스럽고 해괴한 부분으로 심리검사를 꼽았다. “질문서에는 이런 괴상한 질문들도 있다.

‘살인을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할 수만 있다면 산림 경비대원이 되고 싶은가?’ ‘자신이 대다수 사람보다 더 행복하다고 생각하나?’. 하지만 알선업체 관계자들이 내게 ‘아기를 낳은 뒤 그 아이에게 집착할 것 같은가’라고 물었을 때 나는 이렇게 대답했다.

‘어떤 점에선 애착을 느낀다. 내 아이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말이다.’ 그러자 그들은 ‘믿기 어렵겠지만, 어떤 대리모들은 그런 애착을 전혀 느끼지 않는다’고 말했다. 당시엔 그 말을 믿기 어려웠지만, 지금은 그들의 말뜻을 이해한다. 나는 어머니 같은 유대감은 느끼지 않는다. 그보다는 아기를 돌봐주는 유모가 된 느낌이다.”

마이어스가 심리적으로 그렇게 초연한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요즘의 대다수 대리모처럼 그녀는 생물학적으로 뱃속의 아이와 아무런 관련이 없기 때문이다. ‘베이비 M’ 사건이 남긴 유산이다. 대리 출산의 양육권 분쟁과 관련해 최근에 주목 받은 것으론 1993년의 ‘존슨 대(對) 캘버트’ 사건을 들 수 있다.

재판 결과는 의뢰인의 승리였고, 대리모는 아기를 키우려던 욕심을 접어야 했다. 보스턴의 대리모 알선업체 서클 서러거시의 사장인 존 웰트먼에 따르면 의뢰인들이 저명한 알선업체를 이용할 경우 “아기를 순조롭게 낳을 확률은 99%고 양육권을 가질 확률은 100%다.”

그러나 약 2년 전까지만 해도 의뢰인들은 하나같이 “대리모가 양육권 문제를 들고 나오지 않을까요?”라며 걱정했다고 웰트먼은 소개했다. 그러나 요즘은 의뢰인의 3분의 1이 그런 얘기를 아예 꺼내지도 않는다고 한다.

그렇다고 대리모들이 출산 후 아기에 대한 집착을 떨쳐버리기가 더 쉬워졌다는 얘기는 아니다. 대다수 대리모에겐 아직도 그 점이 가장 힘든 부분이다. 지나 스캔런은 처음으로 쌍둥이를 대리 출산한 뒤의 며칠을 이렇게 회상한다.

“집에 돌아오니 온 세상이 조용해진 듯했다. 억장이 무너졌다. 산후우울증이 아니었다. 내 역할이 끝났다는 사실이었다. 임신 기간엔 내가 유명인사가 된 듯했다. 누군가가 늘 내게 이것저것을 물어봤다. 그러나 출산 이후엔 내게 전화를 거는 사람조차 없었다. 지금도 나에게 관심을 가져주는 사람이 없다. 마치 쓸모없는 존재가 된 듯하다. 내가 너무 이기적이고 자기중심적이지 않았나 하는 죄책감마저 들었다.”

<뉴스위크 82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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