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세계여성회의"에의 기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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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평등.발전,그리고 평화를 위한 행동」을 주제로한 제4회 유엔 세계여성회의가 4일 중국 베이징(北京)국제회의센터에서 막을올렸다.이미 지난달 30일부터 화이로우(懷柔)에서 열리고 있는비정부간조직(NGO)포럼에서 서서히 그 윤곽을 드러냈지만 본회의랄 수 있는 정부간(GO)회의가 국가간 이해관계의 폭을 얼마나 좁혀 가시적 성과를 거둘는지가 관심사다.
유엔이 75년 性차별없는 새세계 건설을 목표로 「세계 여성의해」를 선포하고 멕시코에서 제1회 여성회의를 개최한지 꼭 20년이지만 그동안 여성의 지위향상을 위한 괄목할만한 발전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특히 85년 나이로비에서 열린 제3회 대회의행동강령이 세계 여러나라로 하여금 남녀고용평등법 제정,정부내 여성전담부서 설치등에 영향을 미친 것은 유엔이 여성문제에 대해관심을 갖기 시작한 이래 가장 큰 결실로 꼽힌다.
하지만 정치.경제등 모든 분야에서 여성이 말 그대로의 평등권을 획득하기에는 아직도 요원한 느낌이다.여성이 세계경제에 미치는 「보이지 않는 기여」는 연간 11조달러에 달하는데도 빈곤선이하의 13억 인구중 여성이 70%이상에 이른다 는 유엔개발계획(UNDP)의 보고서가 오늘날 세계여성의 위상을 한마디로 대변한다.교육기회 불평등과 열악한 보건 서비스,그리고 경제적 불이익과 폭력등 지엽적인 문제에 이르면 더 말할 것도 없다.
이번 대회는 나이로비 대회 이후 10년간의 성과를 점검하고 21세기를 겨냥한 새로운 행동강령을 마련하는데 역점을 두고 있다.「21세기의 행동강령」은 이미 여러차례 토의를 거쳐 빈곤타파를 비롯한 12항목으로 압축돼 채택여부를 기다리 고 있다.
대회개막에 앞서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원들의 피켓시위로 각국참가자들의 관심을 끌기도 했지만,제2차세계대전중 일본군의 위안부 문제를 여성에 대한 전쟁범죄인 「性적 노예제」에 포함시키려는 한국.필리핀등의 공세에 일본이 어떻게 대응할 는지도 주목된다.세계여성대회는 지구상의 여성 모두를 「더이상 슬프지 않게」하려는 인류애의 한마당이니만큼 모든 이해관계를 초월한 합리적이고도 미래지향적인 여성발전대책이 마련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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