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26조~27조 투자 이달 확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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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검으로 지연됐던 삼성의 투자 및 채용 계획이 이달 중 확정된다. 다음 달 중으로 각 계열사 사장단을 포함한 임원 인사를 실시할 예정이다. 삼성은 석 달이 넘는 특검 기간에 경영상 의사결정 공백을 감수해야 했다. 하지만 22일 이건희 회장의 일선 퇴진, 전략기획실 폐지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경영 쇄신안을 통해 손상된 기업 이미지를 복구한다는 전략이다. 이제는 계열사별로 경영 일정을 재가동할 차례라는 얘기다. 더구나 쇄신안 추진 일정이 상당 부분 6월 말까지로 잡혀 있어 밀린 숙제를 서둘러야 할 입장이다.

삼성 고위 관계자는 “늦어도 다음 달 중순까지 투자·인력계획을 확정하고 인사를 마무리해야 한다”며 “그래야 전략기획실과 계열사별로 그룹 구조 개편에 따른 후속 업무를 상반기 안에 마무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미뤄졌던 투자 속속 확정=삼성전자는 25일 1분기 경영실적을 발표한다. 이때 일본 소니와 8세대 2라인 액정표시장치(LCD) 합작 투자 여부와 베트남 휴대전화 공장 설립과 같은 굵직한 투자 현안을 구체적으로 밝힐 예정이다. 또 올해 투자 규모도 공개한다. 실적발표 날 오전에 열리는 삼성전자 이사회에서 11조원에 달하는 시설투자 계획을 확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1월에 열린 4분기 실적발표 때 반도체와 LCD 분야에 각각 7조원과 3조7000억원 규모의 설비투자를 하는 등 모두 11조원의 투자를 할 계획이라고 잠정적으로 발표했었다. 하지만 특검이 시작돼 투자 규모 확정을 미뤄왔다. 회사 관계자는 “현재 유럽 출장 중인 윤종용 부회장이 귀국한 뒤 이사회에서 투자계획을 최종적으로 확정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삼성전자 이사회는 이건희 회장 등 6명의 등기임원과 7명의 사외이사로 이뤄져 있다. 퇴진키로 한 이 회장은 아직 등기이사에서 공식 사임하지 않았다. 그러나 경영 퇴진을 이미 밝혔기 때문에 이날 이사회에는 참석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또 삼성전기는 29일에 열릴 1분기 실적 발표 때 대강의 투자 규모를 밝히기로 했다. 지난해 3600억원에서 30% 이상 늘어난 5000억원대 투자를 예상하고 있다. 삼성SDI도 다음 달 이사회를 거쳐 투자내용을 공시한다. 지난해 7100억원보다 조금 늘어난 수준이 될 것이라는 게 업계 관측이다. 삼성 고위 관계자는 “전자 계열사를 포함한 대부분의 계열사에는 지난해보다 투자 수요가 많다. 그룹 전체로 지난해보다 1조~2조원 늘어난 총 26조~27조원의 투자가 집행될 것”으로 전망했다.

삼성의 올해 인력 채용은 지난해와 비슷하거나 조금 많은 7000명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은 올 초 한국경영자총협회 조사에서 7000명을 채용하겠다는 계획을 이미 제출한 바 있다.

◇인사는 어떻게=올 초 예정된 사장단 인사를 시작으로 다음 달 중 계열사별로 인사가 이어질 전망이다. 이학수 부회장은 22일 경영 쇄신안을 발표하면서 “전략기획실 해체로 그룹의 컨트롤 타워가 없어지는 만큼 인사도 계열사별로 정해진 절차에 따라 할 것이다. 사장 인사도 법인주주나 개인 대주주 등이 관여하는 형식으로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계열사별로 최고경영자(CEO) 후보가 먼저 결정되면 나중에 주주 등과 협의를 통해 최종 결정하게 된다는 얘기다. 즉, 앞으로는 대주주의 권한 행사 등 경영교과서에 나온 대로 기업을 운용하겠다는 방침이다.

삼성 관계자는 “전략기획실이 공식 해체되는 7월 이전에 사장인사를 하면 종전처럼 전략기획실 중심의 인사가, 그 후 인사가 나면 계열사별 독자 인사를 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사실상 이번 인사까지는 전략기획실이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다음 달 15일께 이 회장의 장남 이재용 전무의 거취를 포함한 임원인사가 예정돼 있다. 이 전무는 지난해 초 맡은 고객총괄책임자(CCO) 자리에서 물러나 해외사업장에서 일하기로 돼 있다. 직급은 그대로이고 직책만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전략기획실 해체에 따라 여기에 소속된 핵심 인력 100여 명의 거취도 관심사다. 일단 소속사 원대 복귀가 원칙이다. 현재 전략기획실 인력 70%가 삼성전자 소속이다.

전략기획실 해체로 관심이 집중되는 사장단협의회는 6월 말께 출범한다. 기존의 ‘수요 사장단회의’가 계열사 간 정보교환의 장이었다면 사장단협의회는 계열사별 중복 투자 문제 등 그룹 공동 관심사에 관해 좀 더 적극적으로 의견을 나누는 자리가 될 전망이다.

안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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