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여자의 DNA엔 ‘자유본능’이 꿈틀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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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이 지루하다는 건 핑계다. 나태함의 증거일 뿐. 여기 두 여자가 있다. 치맛자락 날리며 플로어를 누비는 한 여자, 바람을 가르며 서킷을 질주하는 또 한 여자. 직장과 프로급 취미 생활을 유지하는 두 여자의 공통분모는 열정, 즉 삶에 대한 치열한 도전이다. 도전의 에너지가 꿈틀대는 한 그네들의 하루는 환희의 24시다.

   친구 따라 강남 갔다가 ‘춤바람’난 류현정(40)씨. 1999년에 친구와 함께 배우기 시작했던 댄스 스포츠가 어느새 9년차로 접어들었다. 친구는 6개월 만에 그만뒀지만 류씨는 왈츠와 탱고, 킥스텝으로 시작하는 모던 스탠더드 댄스를 비롯해 룸바·차차차·삼바로 이어지는 라틴 아메리카 댄스까지 차례로 섭렵했다. 이제는 취미 수준을 넘어 프로대회를 넘보는 실력이 됐다. 얼마 전 MBC 오락프로그램 ‘무한도전’ 멤버들이 도전했다가 실패한 ‘슈퍼코리아컵 전국 댄스 스포츠’대회 일반부 라틴 3종목 부분에서 대상을 받았다.
 류씨의 직업은 메이크업 아티스트. 메이크업 포에버의 수석 메이크업 아티스트를 거쳐 프리랜서로 독립 후에는 보그·엘르·코스모폴리탄 등의 잡지와 유명 의류 광고의 메이크업을 맡아 이름을 알렸다. 빡빡한 일정 중에도 일요일 하루는 종일 춤추는 데 할애한다. 토요일 저녁의 동호인 모임과 수·금요일 밤으로 정해놓은 춤 연습 시간도 웬만하면 어기지 않는다.
 춤은 그녀에게 목마를 때의 샘물 같은 의미다. 일 때문에 지쳐 있다가도 춤을 추면 에너지가 샘솟고 활력이 생긴단다. 학생 시절부터 치어리더를 하는 등 워낙에 춤추는 걸 좋아했지만 아마추어 대회에서 수상하는 수준에 오르기까지는 취미 이상의 뭔가가 필요했을 터다.
 “지루해질만 하면 자연스럽게 다른 느낌의 춤을 배우게 됐어요. 개성도 다르고 동작도 저마다 다른 춤을 하나하나 배워나가는 것이 재밌었죠. 사실 재밌게 놀다보니 시간 가는 줄 몰랐던 것 같아요.”
 말은 쉽지만 류씨가 투자한 것은 시간만이 아니다. 하루 300개 윗몸일으키기를 하고 꾸준한 운동으로 몸매를 다듬는 게 어디 보통 일인가.
 “무슨 일이든 끝장을 보는 성격이에요. 더구나 내가 좋아해 시작한 취미인데 당연 하죠. 열심히 춤을 추다 보면 음악과 나와 플로어, 파트너까지 하나가 돼요. 카타르시스가 느껴지죠.”
 류씨는 자신의 직업과 춤이 일견 공통점이 있다고 했다. 둘 다 자기를 표현하는 과정이며 창의적인 예술이라는 것. 기교보다는 느낌이 중요하다는 점도 닮았단다. 그렇다고 춤을 직업으로 삼지는 않겠다고. 직업이 되면 지금처럼 사심없이 즐길 수 없으리라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류씨는 “시도해 보지 않은 것에 대한 두려움을 이길 때 인생이 새로워진다”는 말로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요즘 그녀는 오는 27일에 올림픽 공원에서 열리는 전국 댄스 스포츠 선수권 대회 참가 준비에 여념이 없다.

프리미엄 이송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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