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멀쩡한 건물도 이모양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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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서울시내 다중(多衆)이용시설에 대한 안전점검결과 서초동 예술의 전당이 D급 판정을 받았다.D급은 사용금지(E급)까지는 안가지만 향후 정밀 안전진단이 필요한 등급이다.이런 불안한 판정을 받게된 것은 건물 자체에 이상(異常)이 있기 보다 지반 침하현상이 확인됐기 때문이라고 시 당국은 밝히고 있다.
우리는 지반침하현상이 보여도 건물의 안전에 문제가 없다는,지극히 전문적인 진단이 내려진데 대해 섣불리 반론을 제기하고 싶지는 않다.그러나 세계 어디에 내놔도 빠지지 않는다고 자랑하는예술의 전당이 양호(良好) 판정(A~C급)을 받 지못한데 대해선 심각한 우려를 표시하고자 한다.
더구나 서울시 본청과는 별도로 실시된 산하단체의 자체 안전조사결과 잠실종합운동장과 가락동 농수산시장및 서울시립대 건물까지정밀안전진단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온데는 정말 놀라움을 표시하지 않을 수 없다.86,88 체육제전을 위해 지 은 종합운동장이 벌써 부실의 범주에 든 것은 어처구니 없는 일이다.
삼풍대참사 이후 다중이용 대형건축물의 안전여부에 관심이 쏠리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이미 건축학회와 지자체가 5개 신도시아파트의 안전진단을 하고 있다.몇군데는 염분(鹽分)이 과다하다는 중간결과가 발표됐다.보수한 한강다리조차 또 다 른 결함이 발견되기도 했다.여기저기서 발견되는 부실건물은 과거 우리가 얼마나 졸속으로 건설을 해왔나를 웅변해주고 있다.
그러나 과거의 부실을 감추지 않고 자꾸 밝혀내려는 작업이 계속되는한 우리의 부실공사 근절노력은 조만간 빛을 보리라 생각된다.붕괴 당일까지 『괜찮아』를 연발했던 잘못이 다시 반복돼선 안된다.당국은 이번에 발견된 결함을 철저히 보수. 개선하도록 만반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무엇보다 부실건물이 나타나지 않도록 시공 초기부터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중요하다.건설기술이 모자라 부실건물이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부실을 예방하는 장치를 마련하고도 짓는 사람이나 감독하는 사람이 그것을 지키지 않는 것이 문 제다.허우대는 멀쩡해도 속은 다 썩은 건물 속에서 세계 일류니,뭐니 얘기하는 것 자체가 우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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