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기술학원 참사 이모저모-평소 부모가 退院요구해도 거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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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화재가 발생한 생활관 1,2층은 곳곳에 원생들의 것으로 보이는 핏자국을 비롯,잿더미가 되거나 타다만 이불.옷가지.집기들이 그대로 남아있어 화재 당시의 처참한 상황을 생생하게 보여 주었다. 2층의 12,14,19,20호와 1층 5,8,9호등 방화가 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방 10개의 내부는 전소돼 내부집기들이 숯덩어리가 됐으며 특히 2층복도.화장실벽엔 손톱자국과핏자국이 곳곳에 남아있어 당시 상황을 짐작케 했다.
…숨진 13세 李모양의 방에는 사고 전날 밤에 아버지에게 보내려했던 편지가 주인을 잃은채 그대로 남아있어 보는 이들을 안타깝게 했다.
李양이 쓴 편지에는 삐뚤삐뚤한 글씨로『여기 있는 동안 선생님들로부터 많은 것을 배워 말잘들으며 지내고 있다.앞으로 아빠에게 혼나는 일을 하지않겠다』며 나름대로의 각오를 적은뒤『오는 31일이 내 생일이니 아빠께서 케이크와 풍선을 사 서 꼭 와달라』고 쓰여있어 천진난만함이 남아있는 모습.
李양은 또 편지말미에다 통닭.새우깡과 함께 학종이.우유비누등면회품 목록까지 자세히 적어보내 면회날을 상당히 고대했던 것으로 나타나 가족들이 편지를 들고 오열하기도.
…이날 방화사건 현장으로 17세짜리 딸의 생사를 확인하러 나선 주부 李모(43.서울개봉동)씨는 평소 원생부모들의 퇴원요구를 수용하지 않은 학원측의 일방적인 학원운영행태에 강한 불만을표출. 李씨는『지난해 11월20일 딸이 가출해 같은달 27일 친구4명과 함께 청소년선도위원들에게 붙잡혀 보호자와 연락이 안된 우리딸만 이 학원에 수용됐다.그뒤 학원측의 연락을 받고 지난해 12월초 학원을 찾아가 퇴원을 요구했다.그러나 학 원측은정규교육기간인 10개월을 이수해야만 퇴원이 가능하다며 딸의 퇴원을 거부했다』고 주장.
…이날 오전11시쯤 학원 입구 도로변에는 전경 30여명이 바리케이드를 치고 외부인의 출입을 철저히 저지,이에 흥분한 원생가족 20여명이 전경들에게 주먹을 휘두르며 거칠게 항의하기도.
〈全益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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