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당 논란 뒤엔 ‘차기 당권’ 숨어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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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12일 서울로 출발하기에 앞서 달성군 하빈면 면사무소 앞에서 주호영 의원<左> 등과 인사하고 있다. [대구=연합뉴스]

한나라당은 총선 이후 큰 시험을 치르고 있다. 당 밖에 있는 친박 당선자들의 복당 문제다. 당 내엔 이들의 복당을 둘러싸고 여러 의견이 충돌하고 있다. 특히 “복당 논의는 시기상조”라는 강재섭 대표와 “민의에 따른 무조건적 복당”을 주장하는 박근혜 전 대표가 맞서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13일 기자회견에서 “과거 친이였든 친박이었든 한나라당은 하나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지만 친박 인사의 복당 문제를 둘러싼 계파 간 신경전은 계속될 전망이다. 특히 당내 중진·친박·친이 그룹 등 계파별 권력 투쟁 양상과도 맞물려 있어 당이 이 문제로 내홍에 휩싸일 가능성도 제기된다.

◇“무소속부터 복당을”=당 중진그룹엔 무소속 당선자들부터 받아들여야 한다는 견해가 많다. “공천 과정에서 희생된 측면이 있고 별도의 협상 없이 개별 입당 절차만 밟으면 된다”는 이유에서다.

박진 의원은 “시중에 박근혜를 껴안고 함께 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다”며 “우선 친박 무소속 당선자부터 받아들이면서 큰 틀의 정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친박연대와의 당 대 당 통합에 대해선 “부담스럽다”는 반응이었다. 김형오 의원은 “무소속이야 바로 복당을 허용할 수 있다”면서도 “친박연대와의 통합은 개원 이후 천천히 따져볼 일”이라고 말했다.

◇긴장한 친이명박계=친이 그룹은 “기준 없는 복당은 안 된다”는 입장이다. 여기엔 ‘차기 당권’이란 보이지 않는 코드가 숨어 있다. 이재오 의원의 낙마로 ‘대표 주자’를 잃은 상태에서 친박 인사가 대거 복당할 경우 당내 주도권을 상실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묻어난다. 진수희 의원은 “무소속이든 친박연대든 마구잡이로 복당을 받아주는 건 국민의 뜻을 어기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대통령의 측근인 조해진 당선자도 “기준 없이 일률적으로 복당을 허용하는 건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용태(서울 양천을) 당선자는 “대통령이 국정 운영을 잘하려면 국민의 뜻을 따라야 한다. 당헌 당규를 고쳐 무소속은 우선 입당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친박연대와 친박 무소속이 약진한 데 대한 여론을 주시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복당 얘기는 지금 거론할 단계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국회 부의장도 민감한 사안에 대해 언급을 자제했다. 이 부의장의 한 측근은 “당분간 복당 얘기를 거론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사무총장에 권영세 내정=복당 논란이 치열한 가운데 사무총장으로 권영세 의원이 내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이방호 사무총장 후임으로 이번주 중 권 의원이 기용될 예정”이라며 “권 의원이 고민 끝에 총장 직을 수락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권 의원은 “한나라당에 153석 과반수를 만들어 준 것도 민의이고, 친박 인사를 당선시킨 것도 민의”라며 “두 가지 민의를 복합적으로 고려해서 복당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정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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