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5월 국회는 17대 의원들의 마지막 책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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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이명박 대통령이 여야에 5월 임시국회를 요청했다. 이미 여야 간에 처리하기로 합의된 법안은 18대 국회 개원(6월)까지 기다릴 것 없이 17대 임기 중 마무리돼야 한다는 것이다. 국정을 집행하는 행정부 책임자로서 이는 정당하고 합리적인 요구다. 여야는 협의를 서둘러 국회를 열어야 한다. 자유선진당 부대변인은 “현역 의원의 64%가 18대에 다시 국회에 들어올 수 없는데 (이런 분위기에서)상임위·본회의 법안 처리가 제대로 세밀하게 이루어질지 의문”이라며 반대했다. 민노당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과 기업 규제완화 등은 재벌만을 위한 정책이므로 5월 국회에 동의할 수 없다”고 했다. 이런 논리들은 원칙에도 맞지 않고 현실적인 민생 이익하고도 충돌한다.

17대 임기는 5월 말까지다. 17대 의원들은 임기 말까지 국민이 주는 보수를 받는다. 그렇다면 18대 국회 진입 여부와 관계없이 임기가 끝날 때까지 자신의 임무를 다하는 것이 도리다. 의원의 주요 임무는 국회를 열어 법안을 심의하는 것이다. 선거에서 떨어졌다고 국회를 방치하면 그가 무슨 선량(選良)인가. 이는 대통령이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고 선거 후 퇴임까지 두 달 넘게 국정을 돌보지 않는 것과 같다.

국회에는 지금 선거로 인해 미뤄진 민생·경제 법안이 많다. 한국 국회가 한·미 FTA 비준안을 서둘러 처리해야 미국 의회로 하여금 비준에 나서도록 촉구할 수 있다. 우리는 총선 전에 비준안이 처리되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정치권은 농촌 의원들의 유권자 눈치 보기 등을 이유로 들며 선거 후로 미뤘다. 정치권의 논리로 봐도 이젠 선거가 끝났으니 의원들은 보다 자유롭게 비준안에 접근할 수 있을 것이다. 비준안 외에도 출자총액제한제도 폐지를 위한 공정거래법 개정안, 미성년자 피해방지·처벌법(혜진·예슬 법), 먹거리 보호를 위한 식품안전기본법, 낙후 지역 개발촉진법, 특정 성폭력 범죄자 전자팔찌 의무화법 등 한시가 급한 민생 법안들이 의원들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