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성실 납세자가 손해봐서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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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헌법재판소가 지난 90~92년도분 토지초과이득세도 개정 신법(新法)을 적용해야 한다는 결정을 내렸다.헌재(憲裁)의 이같은결정으로 토초세(土超稅)부과에 불복,행정심판및 소송이 제기된 사안에 대해서는 세금의 환급(還給),또는 감액( 減額)등의 조치가 취해지게 됐다.
그러나 이러한 결정은 새로운 문제점을 야기하고 있다.첫째는 소송을 걸지 않고 세금을 낸 사람들은 어찌할 것이냐는 문제고,둘째는 과연 이렇게 말썽많은 토초세의 존치(存置)여부를 포함하는 토지세제 전반과 관련된 보다 근본적인 문제다.
거의 10만건에 육박하는 90~92년 토초세 부과대상자중 불복절차를 밟고 있는 경우는 1천7백여건에 불과하다.절대다수는 정부의 과세조치에 곧이곧대로 응했고,이들은 구제대상에서 원천제외되는 상황이다.이처럼 정부조치에 따른 사람들이 결과적으로 손해를 보게 된다면 앞으로 납세기피.소송만능의 풍조가 만연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물론 현행 법리상 불복절차를 밟지 않은 사안에 대해서도 똑같이 구제조치를 취해주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그러나 더 중요한것은 법과 행정에 대한 국민의 신뢰다.현행법상의 한계나 구제조치에 필요한 재원확보등의 어려움이 예상되기는 하 지만 정부에 대한 신뢰확보를 위해 이는 극복하지 않으면 안된다.구제조치에 필요한 법적.행정적 조치를 하루 빨리 마련해야 한다.
아울러 토초세의 폐지를 포함하는 전면적인 토지세제개편작업을 벌여야 한다.토지정책의 기본은 한정된 국토의 효율적 이용이 돼야 함에도 그동안의 정책은 투기억제라는 한 면에만 지나치게 집착해왔다.그 대표적인 예가 불필요한 건물을 양산함 으로써 토지의 경제적 활용을 저해했고,지난해의 법개정에도 불구하고 여전히위헌(違憲)소지마저 안고 있는 토초세다.
부동산실명제 도입을 계기로 토지세제는 종합토지세와 양도소득세를 양축으로 하는 보다 간명한 형태로 재정립돼야 한다.법만 많다고 투기억제와 지가(地價)안정이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중요한것은 오히려 토지의 공급.이용에 관한 정부의 불 필요한 간섭과규제를 없앰으로써 토지활용의 효율성을 높이는 것임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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