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중국 覇權주의를 우려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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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중국(中國)의 무력시위를 보는 인접 아시아 각국의 심정은 착잡하다.중국은 지난 21일부터 28일 사이에 대만(臺灣)북부 1백50㎞의 공해상에 미사일 발사실험을 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중국은 동시에 대만의 금문도(金門島)와 마주보고 있는 푸젠(福建)省주둔군을 전쟁준비상태에 돌입시켰다는 미확인 보도도 있다.
이같은 일련의 군사적 행위는 다른 나라도 통상적으로 하는 군비점검및 무장력훈련의 하나일 수 있다.중국 외교부대변인은 이를『매우 정상적 행위』이며 『다른 문제와는 아무 관련이 없다』고해명했다.
그러나 아시아 인접국들이 중국의 이같은 설명을 액면 그대로 믿지 못하는 배경이 매우 복잡하다는 점을 중국은 인식하고 아시아 화평을 위한 건설적 역할을 해야 할 것임을 촉구한다.
인접국들은 이번 무력시위를 리덩후이(李登輝)대만총통의 사적 방미(訪美)에 따른 대미(對美).對대만 보복성 경고라는 단순한타이밍상의 문제로만 보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대만이 외환보유고세계2위의 막강한 여력을 무기삼아 달러외교를 펼쳐 다소의 성과를 거두고,미국이 이런 대만에 호의적 자세를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유엔가입을 재추진하는 대만의 입장이 분리움직임으로 보이고,미국의 일부 정치인들이 이에 동조하는 듯한 자세여서 중국의 신경을 날카롭게 하고 있기는 하다 .
중국은 미국이 대중(對中)봉쇄망을 치고 있는것이 아니냐는 우려와 수명이 다해가는 덩샤오핑(鄧小平)이후의 과도기를 틈탄 주변세력의 중국혼란 부추기기를 용인할 수 없다는 중국지도부의 확고한 입장으로 이해되기도 한다.그렇다고 해서 12 억 인구의 대국이 무력시위로 사태를 해결하려는 자세는 결코 주변국들의 지지를 받을 수 없다.
특히 이같은 무력시위가 美蘇냉전체제의 와해이후 힘의 균형상태가 깨진 아시아에서 중국이 패권을 추구하는 한 형태로 보임으로써 美中간에 알력이 불거지고 있으며,이것이 사태를 증폭시키고 있다는 인접국들의 우려는 좀처럼 해소하기 힘들다.
일본이나 베트남등 인접국들이 중국의 팽창주의에 겁먹고 군비경쟁에 나설 경우 중국의 국익에도 도움되는 사태가 결코 아님을 중국은 인식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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