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올림픽 성화 반중 시위의 자석 되나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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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호 14면

베이징 올림픽을 밝힐 성화(聖火)가 6일 네 번째 방문지인 런던을 거쳐 파리(7일)~샌프란시스코(9일)를 돈다. 지난달 31일 천안문광장에서 후진타오 국가주석의 손을 떠난 성화는 올림픽 개막식(8월 8일)까지 130일간 13만7000km를 여행한다. 중국은 이를 ‘조화의 여정(和諧之旅)’이라고 부른다.

그러나 티베트 유혈사태는 성화 봉송 행사의 성격을 바꿔놓았다. 14대 달라이 라마가 이끄는 티베트 망명정부는 유혈사태 한 달째인 10일을 ‘행동의 날’로 정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4일 쓰촨성 티베트인 거주지에서 폭동이 발생해 8명이 또 숨졌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600만 티베트인의 반중 시위는 현재진행형이다.

국제 인권단체와 티베트인들은 성화 봉송 루트를 반중 시위의 장(場)으로 활용하고 있다. 홍콩 빈과일보는 5일 “성화가 시위를 부르는 자석(磁石)이 됐다”고 보도했다. 런던 경찰은 폭력 시위에 대비해 2000여 명을 배치할 계획이다. 샌프란시스코에서는 3개 단체, 5000여 명이 시위 허가를 받아놓았다.

티베트인 거주촌이 있는 인도의 뉴델리 역시 비상이 걸렸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룰라 브라질 대통령 등 각국 정상의 개막식 불참 선언도 잇따르고 있다. 인권 탄압에 대한 항의의 뜻을 담아서다.

중국 정부는 요즘 관영 매체를 총동원해 달라이 라마를 비난하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 중국 CC-TV는 최근 마오쩌둥·저우언라이·덩샤오핑 등 역대 지도자들이 얼마나 달라이 라마를 예우했는지, 중앙정부가 티베트에 얼마나 많은 지원을 했는지 상세히 소개했다. 달라이 라마가 유혈 시위를 배후 조종한다는 증언과 물증들을 보도하는 데도 열심이다. ‘공격이 최선의 방어’라는 맞불 작전이다.

티베트 문제는 세계 3대 경제대국이 된 중국의 인권 문제를 일깨우는 전환점일지 모른다. 중국 전문가로 불리는 케빈 러드 호주 총리가 12일 후진타오 주석을 만나 서방세계를 대표해 무슨 말을 건넬지 주목된다.

▶지난 주
2일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정상회의 개막(4일까지)
3일 미 재무장관, 후진타오 국가주석 면담
3일 짐바브웨 총선 개표 결과 야당 승리(선거일 3월 29일)
5일 미·러 정상회담(러시아 소치)
 
▶이번 주
6일 베이징 올림픽 성화 런던 도착(130일 릴레이 중 일부)
7일 제92회 퓰리처상 수상자 발표
9일 케빈 러드 호주 총리, 중국 방문(12일까지)
10일 크리스티, 프랑스 영부인 칼라 브루니 누드사진 경매
12일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 봄 연차총회(13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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