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정거장서 '소연蘭’ 만든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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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호 01면

국내 최초의 우주인 이소연씨가 국제우주정거장에서 실험할 난초 씨앗이 담긴 시험관. 먼지 크기인 난초 씨앗은 우주방사선에 노출됐다가 이씨와 함께 지구로 돌아오게 된다. 우주에서 날아오는 양성자 등은 생명체에 강력한 돌연변이를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신동연 기자

심연의 무중력 공간에 던져진 난초 씨앗에 우주방사선이 쏟아진다. 길이 3㎝의 시험관에 든 2만여 개의 씨앗이 몸부림친다. 곧이어 씨앗의 유전자 구조는 방사선에 뒤틀린다. 돌연변이, 새로운 종이 탄생하는 순간이다.

국내 첫 우주인 이소연씨

우주 육종의 원리다. 8일 러시아 우주선 소유스를 타고 지구를 떠나는 국내 최초의 우주인 이소연(29)씨가 해야 할 실험 중 하나가 바로 우주 육종이다.

지구에서 354㎞ 떨어진 상공의 국제우주정거장에서는 우리 토종 난인 진도석곡·풍란의 씨앗이 소연씨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씨앗은 그의 출발에 앞서 2월 5일 실험 기자재와 함께 무인 화물우주선 편으로 우주정거장에 올라갔다. 2만 개의 씨앗 가운데 몇 개라도 돌연변이를 일으킨다면, 그리고 잘 자라 화려한 줄무늬를 보여준다면 난초의 이름은 ‘소연란’이 된다. 씨앗 주인이자 육종학자인 강경원(43) 박사가 그렇게 명명하기로 한 것이다.

난초 씨앗이 험난한 우주여행을 하는 이유는 ‘귀해지기’ 위해서다. 우주방사선을 이용해 돌연변이를 일으켜 세상에 없는 난을 만들려는 시도다. 다른 생명체와 마찬가지로 난초도 희귀할수록 비싸다. 국내에서 한 촉에 3억원에 팔린 것도 있다. 강씨는 “육종에 성공한다면 소연란은 값을 매기기 어려운 희귀 난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우주방사선에 노출한다고 모두 ‘귀하신 몸’이 되는 것은 아니다. 소연란이 나오기까지 긴 세월을 기다려야 한다. 몇 개가 살아남을지, 생존한다 해도 모양이 어떨지 내다보기 힘들다.

19일 이씨와 함께 지구로 귀환하는 난초 씨앗은 실험실로 옮겨져 무균 플라스크 병 속에서 싹을 틔우게 된다. 난의 성장은 다른 어떤 식물보다 더디다. 씨앗이 싹을 틔우고 2㎝ 이상 자라기까지 1년 이상 걸린다.

그때쯤이면 소연란의 성패가 가려질 것이다. 멋진 돌연변이가 탄생했는지 육안으로 판별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한국원자력연구소가 주관하는 이번 우주 육종 실험에는 난초 외에도 민들레와 코스모스ㆍ무궁화ㆍ벼ㆍ콩 등 모두 11종의 씨앗이 포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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