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경찰의 촛불 집회 금지 결정 옳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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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경찰이 탄핵 규탄 야간 촛불집회를 불법으로 규정한 것은 합법적인 결정이다. 촛불집회는 일몰 후 집회를 금지하고 사전신고를 규정한 현행 집시법을 위반했기 때문이다. 또 2002년 여중생 추모 촛불집회는 종교문화 행사였지만, 이번 집회는 정치적 행사여서 해산 및 사법처리하겠다는 경찰의 방침은 시의적절한 판단이라 하겠다.

대통령 탄핵안 가결을 놓고 우리 사회는 지금 극심한 갈등과 대결의 양상을 보이고 있다. 참여연대와 환경연합 등 551개 시민사회단체는 '탄핵 무효 국민행동'을 결성해 다음달 3일까지 촛불집회와 온.오프라인 1000만 서명운동을 벌일 계획이다. 반면 자유시민연대와 재향군인회 등 150여개 보수단체들은 편파보도 시정촉구와 2000만명 서명운동을 시작할 작정이다. 탄핵 찬반 의견이 첨예하게 맞서는 진보와 보수 단체들이 각기 집단행동에 들어간다면 결국 사회적 혼란과 국론 분열을 초래한다.

촛불집회 주최 측은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민주수호운동이므로 이를 친노 대 반노의 대립으로 몰아가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규탄집회가 불과 한 달 앞으로 다가온 총선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계산이 한창이다. 왜 중앙선관위가 탄핵 찬반 활동을 선거운동과 연계할 경우 엄정하게 조치하라고 요청했겠는가. 정략적인 계산이 없는 아무리 순수한 집회라 해도 정치적으로 이용될 소지가 크고, 논란과 시시비비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찬성이든 반대든 탄핵과 관련된 의사를 표출하는 시위는 자제돼야 한다. 시민사회단체는 시민을 자극하고 선동해서는 안 되며,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나올 때까지 절제하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다.

탄핵 정국에서 사회질서를 유지해야 하는 경찰의 역할과 책임은 막중하다. 경찰은 집회가 반드시 사전에 신고한 뒤, 낮시간에만 장시간 도로를 점거하지 않는 등 법의 테두리 안에서 이뤄지도록 지도하고 유도해야 한다. 합법이라도 폭력시위로 확산될 경우 즉각 진압하고 위법자는 처벌하는 등 엄정하게 법을 집행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