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베트남 수교 왜 서둘렀나-對中견제 가장 효과적 판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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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미국-베트남 수교는 이미 예정된 것이었다.때문에 빌 클린턴대통령이 서둘러 수교를 발표한 배경에 오히려 관심이 쏠리고 있다. 美의회를 주도하는 공화당은 베트남전 실종미군(MIA)조사에대한 별다른 진전이 없는 현재 상황에서 베트남과 수교를 서두르는 것은 2천여 실종미군에 대한 신의를 저버리는 것이며 정치적의도에서 나온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클린턴대통령의 베트남수교결정은 ▲올해가 베트남전쟁 종전 20년으로 양국간 적대관계를 청산할 충분한 시간이 지났으며 ▲동남아의 새로운 경제성장국에 대한 미국기업의 기득권상실 우려 ▲베트남정부의 적극적인 대미수교 희망 등이 주요 배경 이 되고 있다. 클린턴정부는 애초 빨라도 이달말 수교를 발표한다는 방침을세웠으나 최근 중국계 미국인 인권운동가인 해리 우 구속사건으로對중국관계가 긴장상태로 발전하면서 중국에 대한 일종의 제재 또는 견제 조치로 베트남 수교결정을 앞당긴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즉 최근 들어 군사력을 증강하고 있는 중국에 대한 견제능력을 갖고 있는 나라는 베트남이 유일하기 때문에 베트남과 관계를개선하는 것은 중국의 군사적 패권 확보 저지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숨겨진 전략이라는 것이다.
클린턴대통령이 이번 결정에 앞서 美국방부의 베트남 군사력에 대한 평가와 전망보고서를 기다렸다가 보고서 접수후 수교발표를 한 것도 이같은 배경을 설명하는 예다.
美국무부는 최근의 남사(南沙.스프래틀리)군도를 둘러싼 지역분쟁 가능성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 해역이 중동석유의 동북아 수송 해상통로에 위치하고 있어 미국이 방관만 할 수 없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최근 중국은 리덩후이(李登輝)대만총통의 방미(訪美)와 관련해정치.경제.외교에서 대미 보복주장이 나오고 있고 해리 우를 스파이혐의로 정식 구속하면서 내년 대통령 선거에 대비해 재선 캠페인을 시작한 클린턴대통령의 입장을 난처하게 만 들고 있다.
클린턴대통령은 중국에 대한 견제 또는 보복조치로 가장 효과적인 것이 베트남수교 결정인 것으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美국무부는 이번 베트남수교 결정이 「하나의 중국」원칙과 전혀배치되는 것이 아니라고 강조하며 對중국 보복조치라는 해석에 대해 애써 부인하고 있으나,베트남 수교결정을 국내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서둘러 내린 것은 고도의 정치적 목적에서 나온「작품」이란 것이 워싱턴 정가(政街)의 공통된 지적이다.
[워싱턴=陳昌昱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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