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 살해사건 범인, 화성 사건과도 관련있을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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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양 어린이 살해, 마포 네 모녀 살해 등 최근 세상을 뒤흔드는 강력범죄가 잇따르고 있다.

흉악범죄는 증가(2005년 6263명에서 2007년 7881명)하는 반면 5대 강력범죄 검거율은 급감(1999년 91.1%에서 2006년 72.3%)하고 있다.

강력범죄가 급증하고 있는 주된 요인은 무엇일까. 2004년 연쇄살인범 유영철 사건과 2006년 용산초등학생 살해유기 사건을 해결한 주인공이자 27년간 수사 현장을 누빈 강대원 전 수사과장을 만나 최근 범죄 현상을 들여다 봤다.

■모방범죄가 화를 키운다

“주위에서 쉽게 음란 동영상과 잔혹한 범죄영화를 보면서 모방범죄를 낳고 있다.” 강대원 전 수사과장은 단호하게 말했다. 2003~2004년 20명을 연쇄적으로 살해한 뒤 사체를 토막내 유기한 유영철, 2004~2006년 서울 서남부 지역에서 아무 이유없이 13명을 연쇄 살해한 정남규, 2006년 용산 초등학생 살해유기 사건, 2008년 안양 어린이 살해 사건 등에는 네 가지 공통점이 있다고 그는 설명했다.

첫째는 성적 이상자이며, 둘째는 가정 문제, 셋째는 사회·여자에 대한 적개심, 그리고 넷째는 모방범죄다.

정남규의 경우는 군 시절 성폭력을 당했으며, 용산 초등학생 살해유기 범인은 잠자는 부인 옆에서 심야영화를 보며 자위행위를 했을 정도였다. 이들의 개인적 경험은 도를 넘는 다양한 음란 동영상을 접하면서 변태적 성향, 특히 소아 기호증(사춘기 이전의 소아와 성행위 또는 그러한 공상을 통해 성적 흥분을 경험) 등을 띠게 됐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번 안양 어린이 실종·살해 사건의 피의자 정모씨의 경우도 집에 있던 컴퓨터 하드디스크에 음란물 동영상과 사진 수만건이 저장돼 있었고, 그중에는 롤리타라는 아동 포르노물도 몇 편 있었다고 알려졌다.

강 전 수사과장은 “유영철이 거주한 오피스텔의 컴퓨터에서 ‘양들의 침묵’을 비롯해 잔혹한 외화들이 저장돼 있었다. 또 유영철은 ‘미국 FBI홈페이지에 들어가 사체해부와 관련된 자료를 모아 연구한 덕분에 사체를 토막내는데 몇 분도 안 걸렸다’고 했다”고 회고했다. 정남규의 경우에도 각종 사회사건을 다룬 신문기사를 스크랩하고, 영화와 소설을 통해 살인 후 어떻게 빠져나갈 수 있는지를 알 수 있는 학습자료로 활용했다는 것이다.

■화성 연쇄 살인사건과의 관련

지난 24일엔 안양 어린이 살해사건을 수사중인 경찰 관계자가 ‘양심고백’을 통해 이번 사건 수사가 부실했다는 자신의 심경을 공개해 파장이 일었다. 강 전 수사과장도 2006년 용산초등학생 살해유기사건을 예로 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초등학생 여자아이가 실종됐을 때는 크게 두 가지를 떠올린다. 돈을 요구하며 협박을 하거나 성추행했을 가능성이다.”

따라서 먼저 피해자 집에 전화를 감청하고 발신자를 추적할 준비를 한 상태에서 아무 일 없이 하루가 지나면 바로 성추행 가능성을 타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용산 초등학교 살해유기사건의 경우에도 바로 다음날 전국에 수배를 내리고 피해자 집 주위를 집중 탐문하면서 범인을 잡을 수 있었다.

범인은 피해자가 마지막으로 다녀간 비디오 대여점 바로 앞에 있는 신발가게의 주인이었듯 이번 안양 사건도 같은 동네에 살던 정모씨로 밝혀졌다. 강 전 수사과장은 “주위탐문을 비롯해 즉각 수사에 착수하고, 비슷한 전과가 있던 사람에 대해 철저한 알리바이를 조사했었으면 초기에 해결할 수 있었을 것이다”며 안타까워 했다.

그는 “이번에 붙잡힌 정모씨는 지리적 연고 등 여러가지 정황으로 보아 화성 연쇄 살인사건과 연관이 돼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화성 연쇄 살인사건을 학습자료로 활용했던가 아니면 어떤 방식으로든 사건과 관련이 있을 것이다”는 의견을 조심스레 내놓았다.

■여성부가 나서야

“흉악범죄자들은 사회적으로 냉대를 받은 사람들이 많다. 노출된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분별이 어려울 뿐더러 수상한 점도 찾을 수 없다. 이웃집 사람도 모르는 경우가 많은 것은 그 때문이다.” 따라서 강 전 수사과장은 흉악범죄 예방이 쉽지 않다고 말한다. 하지만 흉악범죄의 대상이 주로 여성들이라는 점에서 여성부가 주도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주장한다.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범죄를 미디어에서 다루는 것, 잔혹한 방법을 사실적으로 묘사하는 것 등을 자제하도록 사회적인 제재가 필요하다”면서도 “여아들이 집 밖에서 놀 땐 항상 부모의 시선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개인적인 주의도 당부했다.

또한 대부분의 흉악범죄가 전과자들에 의해서 다시 저질러지는 경우가 많음을 지적했다. “전자팔찌도 대안이 될 수 있겠지만 오히려 사회적 낙인을 찍게 되면서 자포자기 심정으로 더 큰 범죄를 불러올 수 있다”며 이들이 갱생할 수 있는 재생교육 기관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일간스포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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