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대통령배 ‘눈물의 역투’ LG 새내기 이형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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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종이 덤벨을 이용한 재활훈련을 하고 있다. 작은 사진은 지난해 대통령배 결승전에서 패전투수가 된 뒤 울고 있는 이형종.

프로야구 개막을 일주일 앞둔 23일 경기도 구리의 프로야구 LG 훈련장인 챔피언스클럽 지하 2층 웨이트훈련장. 재활군 선수들 사이로 앳된 소년이 눈에 띄었다. 지난해 대통령배 고교야구 결승전에서 눈물의 역투를 펼쳐 ‘눈물의 왕자’라는 별명을 얻은 이형종(19)이다. 김병곤 트레이너의 지도로 재활훈련을 하던 그의 눈가에 땀 한 방울이 또르르 흘렀다. 눈물이 마른 자리를 땀이 적시고 있었다.

◇또 한번의 눈물=이형종은 올 초 사이판 스프링캠프에서 오른쪽 팔꿈치에 통증을 느꼈다. 신인 중 가장 많은 계약금(4억3000만원)을 받은 그는 뭔가 보여주고 싶다는 욕심에 통증을 숨기고 훈련을 계속했다. 일본 오키나와 전지훈련에서 결국 탈이 났다.

SK와 연습경기에서 그는 아웃카운트 2개를 잡는 동안 5안타를 맞고 6점을 내줬다. 이어 삼성전에서도 뭇매를 맞았다. 이형종은 양상문 투수코치를 찾아가 “너무 아프다”고 털어놨다. “재활 잘해서 더 잘 던지면 된다”고 다독이던 양 코치의 말에 그만 눈물을 보였다. “세수하고 오라”는 양 코치의 지시에 세면실로 향하며 그는 “눈물은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결심했다.

◇정찬헌과 이범준=재활은 외롭고 지루했다. ‘지금 뭘 하고 있나’라는 생각이 들면서 모든 게 싫어졌다. 느슨해지던 이형종을 다잡은 것은 입단 동기 정찬헌·이범준의 호투였다. 정찬헌은 지난해 대통령배 결승에서 이형종을 울린 광주일고 승리투수다. 이형종은 “캠프 때부터 찬헌이랑 범준이가 잘 던져 불안했는데,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정신이 번쩍 났다”고 말했다. 재활에 전력투구하면서 상태는 눈에 띄게 좋아졌다. 이형종은 우정과 경쟁심을 동시에 느낀다. “찬헌이랑 범준이가 2군에 있었다면 자극을 받지 않았을 겁니다. 두 친구가 제게 힘을 불어넣었습니다.”

◇포커페이스 변신=이형종은 1군 데뷔 시점을 이르면 6월, 늦어도 7월로 잡고 있다. 한참 늦었지만 신인상을 포기하지 않았다. “신인상, 사실상 어렵겠죠. 그래도 1%의 가능성이 있다면 도전하는 게 이형종입니다.” 이형종에게는 목표가 하나 더 있다. ‘눈물의 왕자’라는 꼬리표를 떼는 것이다. “대통령배 때는 미안해서 운 겁니다. 타자들이 점수를 충분히 뽑아줬는데 제가 계속 실점을 했잖아요. 선생님들한테도, 동문들한테도 미안했어요.” 앞으로는 미안할 일이 없게 하겠다는 각오의 이형종은 “오승환(삼성) 선배처럼 ‘포커페이스’라는 별명을 얻겠다”고 다짐했다.

글·사진, 구리=하남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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