三豊붕괴 실종자 가족들 피해자 담당 고작4명 당국 원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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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서울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 실종자 2백여명의 가족과 친지 2천여명이 진땀흘리며 하루종일 서울시내 40여개 병원을 헤매고 있다.이는 사고대책본부에 지난달 30일까지만도 실종자 가족 담당 직원이 4명뿐일 정도로 당국의 실종자 대책이 허술하기 때문이며 실종자 가족들이 당국과 승강이를 벌이는 일도 잦다.
『언니가 이미 이 세상사람이 아니라면 시신이라도 찾았으면 좋겠습니다.』 삼풍백화점의 붕괴참사로 아직까지도 생사여부를 모르는 둘째언니 金상경(25.삼풍백화점 숙녀복매장근무)씨를 애타게찾고 있는 金선경(21)씨는 흐르는 눈물을 연신 훔치며 말을 잇지 못했다.
金양은 자신의 목에 언니의 사진과 인적사항을 적은 플래카드를걸고 혹시 언니소식을 들을 수 있지나 않을까하는 실낱 같은 희망으로 병원 응급실 주변을 방황하고 있다.
金양의 언니는 사고가 난지 5시간후인 오후11시쯤 핸드폰으로집에 전화를 걸어 탈진한 듯한 목소리로 『잘 안들린다』는 말만남긴 채 연락이 끊겼으나 대책이 없는 실정이다.
가장 많은 실종자가족들이 몰려있는 서울서초구반포동 강남성모병원에는 실종자를 찾는 수많은 포스터가 병원 유리창과 복도,응급실 주변에 어지럽게 나붙어 있어 마치 이산가족찾기 현장을 재연한 듯한 모습이다.
「위 사람을 보거나 아시는 분은 급히 연락바람」「키 작고 귀여운 얼굴 백화점 방송실 근무」「실종된 모녀를 찾습니다.」 20대 백화점여직원부터 사고가 아니었다면 단란한 가정을 이루었을법한 모녀에 이르기까지 갖가지 사연이 이 「통곡의 벽」에 적혀있다. 대부분의 실종자가족들은 탈진한 상태지만 혹시나 구조되지않을까하는 실낱같은 희망을 버리지 않고 TV와 라디오를 「신주단지」처럼 모시고 듣고있다.
그러나 당국이 이들에게 체계적인 도움을 주고있는 흔적은 없다. 실종자가족 이종성(李鍾成.41)씨는 『이리저리 뛰어다니다 탈진상태』라며『정부가 실종자가족을 위한 창구를 운영해주어야한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시는 1일에야 실종자신고센터(02(731)6011~4)를 설치했다.
〈李炯敎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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