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주의아담&이브] 묶어도 묶어도 탈 나는 성(性)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04면

미니스커트 입은 여성의 다리를 휴대전화에 담아도 무죄라는 판결이 나왔다. 준포르노에 해당하는 ‘야동’을 유포시켜도 죄를 물을 수 없다는 대법원 확정 판결도 있었다.

앞사람은 ‘성폭력 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뒷사람은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라는 긴 이름의 법에 의해 각각 기소됐다. 사람들이 간과하고 있지만 성(性)은 법(法)과 떼려야 뗄 수 없는 문제다. 수많은 법이 성을 규제하고 있다. 지금은 ‘프라이버시’를 위해 규제가 어느 정도 풀렸지만 최근까지도 성은 꽁꽁 묶어놓을 대상이었다.

미국에선 1965년 ‘그리즈월드 대 코네티컷 소송’ 전까지 피임약과 기구 등의 판매가 법적으로 금지됐다. 이 판결에서 기혼자는 괜찮다는 결론이 나왔고, 72년 ‘아이젠스타트 대 배어드 소송’에선 미혼도 피임이 허용됐다. 그러나 곳곳에서 성에 대한 황당한 규제가 법전에 남아 있다. 미국 콜로라도주 캐틀클릭에선 호수·강·시내에서 헤엄치다가 성교하는 것이 법으로 금지돼 있다. 펜실베이니아주 해리스버그에선 여성 통행료 징수원이 창구 안에서 트럭 운전사와 만나는 것이 불법이다.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에선 여성이 에나멜 구두를 신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반짝이는 구두에 치마 속이 비칠 수 있기 때문이다. 뉴저지주 마게이트에선 남자가 성기에 양말을 씌우고 나체로 파도를 타는 것이 불법이다. 또 영국 리버풀에서는 열대어가게 점원을 제외하고 여성이 가슴 윗부분이 드러나는 옷을 입는 것, 라트비아 리가에서는 남녀가 잠을 같이 자며 다투는 것이 불법이다. 바레인에서 남자 의사는 거울로만 여성의 은밀한 부위를 진찰할 수 있다. 레바논에서는 남성이 암컷 동물과 수간하는 것은 허용되지만 수컷과 그러면 사형당할 수도 있다. 최악은 인도네시아의 법으로 수음을 하면 참수형으로 처벌한다. 그러나 2005년 초등학생들이 학교에서 집단으로 그랬던 사실이 드러나자 이 법을 사문화해야 했다.

반면 아동 성폭력에 관한 법은 강화되는 것이 추세다. 법(法)은 물(水)처럼 흐르는 것(去)이라는 해석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미국의 메건 법은 성폭력으로부터 아동을 보호하는 흐름에 물꼬를 텄다. 이 법은 94년 미국 뉴저지에서 7세 소녀 메건 칸카가 성범죄 전과자인 이웃집 남성에게 유인·살해된 것을 계기로 제정됐다. 메건 법은 성범죄 전과자의 정보를 신문 공지, 개별 방문 등 온갖 방법으로 알리게 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거꾸로 가는 듯하다. 최근 성범죄자 신상공개제 개편 때 공개 대상을 축소하고, 정보 열람 절차를 까다롭게 했다. 제2의 예슬·혜진양이 나오지 않을까 겁이 난다.

이성주 코메디닷컴 대표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