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공포의 외인구단’ 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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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서울대 교수의 테뉴어(tenure·정년 보장) 심사를 외부인이 주도한 것으로 26일 밝혀졌다. 외부인 참여도 처음이다. 하반기부터는 외국인 학자도 심사에 참여시키기로 했다. 온정주의에 따라 형식적으로 이뤄졌던 테뉴어 심사를 강화하기 위한 조치다. 이에 따라 서울대 교수사회에 파란이 예고되고 있다. 지난 5년간 테뉴어 심사의 통과율은 99%에 이른다.

김완진 교무처장은 “기존의 ‘정년보장 심사위원회’를 없애고 외부 인사가 참여한 ‘예비심사위원회’를 신설해 24일 테뉴어 및 승진 심사를 치렀다”며 “그 결과를 바탕으로 인사위원회가 27일 승진 여부를 최종 결정하게 된다”고 밝혔다. 그는 “학칙을 개정해 하반기부터는 심사위의 3분의 1 이상을 외부 인사로 구성하고, 외국인 학자 참여도 의무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기존의 정년보장심사위는 보직교수와 단과대학 학장으로 구성됐었다. 각 단과대가 평가를 통해 승진 대상자를 심사위에 상정하면 대부분 정년을 보장받았다.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주호영(한나라당) 의원은 “2003~2007년 5년 동안 본부 승진심사를 받은 634명 중 탈락자는 5명에 그쳤다”고 밝혔다. 김 처장은 “치밀한 평가 시스템이 없었다. 더 심각한 건 ‘선후배·동료를 심사하기 힘들다’는 뿌리 깊은 온정주의였다”고 말했다.

서울대는 각 분야 최고의 전문가로 평가받는 교수 9명과 그들을 이끌 외부인사를 영입했다. 미국 명문 주립대에서 수십 년 동안 교편을 잡다 최근 초빙교수로 서울대를 방문한 한국인 교수가 외부 인사로 낙점됐다.

▶해외 명문대의 테뉴어 평가 기준을 심사에 적용하고 ▶온정주의와 파벌에 휘둘리지 않고 ▶학내에 ‘개혁 충격’을 주기 위해서다. 예비심사위에 참가한 한 교수는 “외부인이 각 단과대의 결정을 뒤엎는다면 파장이 일 것”이라며 “‘서울대판 공천심사위원장’이 탄생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올 상반기 정교수 승진을 신청한 교수는 45명. 정교수 승진은 곧 정년 보장을 의미한다. 부교수 중에도 탁월한 업적을 가진 6명이 테뉴어를 신청했다. 지난해 KAIST는 테뉴어 신청 교수 35명 가운데 45%인 15명을 탈락시켰다.

각 단과대는 서로 다른 평가 기준을 가지고 있다. 예비심사위가 낮은 평가 기준을 가진 단과대의 승진안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이는 소속 단과대 교수의 승진 탈락을 의미한다. 결국 단과대는 평가 기준을 바꿀 수밖에 없다. 김 처장은 “외부 인사가 단과대 승진안을 기각하면, 이는 평가 기준에 대한 개혁으로 이어지는 후폭풍을 낳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교무처는 인사위가 열리는 27일 승진 결과를 이례적으로 브리핑할 예정이다. 이 역시 처음 있는 일이다.

강인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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