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쓰는한국현대사>31.김일성 명령서란 무엇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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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김일성(金日成)명령서는 「북한노획문서」의 일부다.6.25전쟁중인 50년9월 미군(美軍)이 북한에 진격했을 때 김일성과 박헌영(朴憲永)집무실 및 내각.최고인민회의등 북한의 주요 공공기관과 각지역에서 가져온 문서가 바로 북한노획문서다 .
이 노획문서는 총 수백만 페이지에 달하며,45~51년까지 북한의 정치.경제.군사.문화.법률.교육 등 북한사회를 연구하는 데 가장 귀중한 자료다.현재 미국 워싱턴 근교인 메릴랜드州 수틀랜드에 있는 美국립문서보관소에 보관돼 있으며 7 0년대 초부터 공개되기 시작했다.
이 가운데 김일성명령서와 인민군명령서는 50년4월부터 51년1월까지 6.25전쟁에 관련된 각종 명령들을 담고 있는 귀중한자료다.이들 명령서는 6.25전쟁은 분명히 북한의 남침에 의해일어난 것임을 보여주고 있다.북한측 문서로 북 한의 남침 사실을 입증하고 있는 점만 보더라도 이 문서의 자료적 가치를 쉽게짐작할 수 있다.
또 명령서를 통해 그동안 연구자들 사이에 논란을 불러일으켰던남한의 해주북침설을 북한측 스스로 부인하고 있음을 알게 된 것도 커다란 수확이라 할 수 있다.명령서는 전쟁이 일어나기 바로직전인 50년4월에서 6월까지 북한의 전쟁 준 비상황을 생생히밝히고 있다.이와 함께 북한의 전체적인 전쟁전략과 세부 군사작전 등도 상세히 기록하고 있다.
김일성이 전쟁의 국면이 바뀔 때마다 그에 대해 어떻게 인식하고 대책을 마련했는지도 사실감있게 묘사하고 있다.북한 인민군의구성과 편제 및 중국군과의 관계,북한 인민군 고위지휘관들의 개인 경력도 자세히 밝히고 있다.명령서를 통해 분 명히 확인된 사실은 전쟁에 소극적이었거나 반대한 것으로 알려진 당시 북한의민족보위상겸 조선인민군총사령관이었던 최용건이 중요한 명령계통에서 빠져 있었다는 점이다.박헌영의 조선인민군 내에서의 지위가 총정치국장임이 밝혀진 것도 흥미로운 대목이다.
특히 명령서에서 우리의 주목을 끄는 것은 김일성이 인천상륙작전을 정확히 예상하고 그에 따른 대비책을 마련했다는 사실이다.
이제까지 스탈린과 마오쩌둥(毛澤東)만 인천상륙작전을 예상했지 김일성은 이를 무시한 것으로 알려져왔는데 이번에 그것이 사실이아님이 드러난 것이다.
〈李東炫 현대사전문기자.政博〉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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