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롱초롱 아이들 이렇게 유괴 된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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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호 01면

‘시계 태엽 오렌지’ ‘람보’ ‘내추럴 본 킬러’.

유괴 범죄 20건 정밀분석, 수법 단순해 예방 가능

미국·영국산 폭력물인 세 영화는 모방범죄를 불러일으킨 것으로 유명하다. 영화에 나온 살인·폭력 방식을 흉내 낸 범죄가 잇따라 일어났다. 관련 연구 논문이 나올 정도로 특이한 병리현상을 유발했다. 미디어는 수용자의 특성이나 사회환경적 요인에 따라 폭력성의 기폭제나 범죄의 입문서가 될 수 있다. 정론을 표방하는 신문·방송이라면 범죄 수법을 너무 상세히 알려주지 않는 ‘침묵의 룰’을 갖고 있다.

중앙SUNDAY 취재팀은 이번에 룰을 깼다. 1990년부터 2007년까지 아동을 대상으로 저질러진 유괴 사건 20건을 범행 수법별로 정밀하게 분석했다. 모방범죄의 위험성에도 이런 보도를 하게 된 것은 서울시립대 윤명오 교수의 제안 때문이었다. “선진국에선 아이들에게 유괴범의 언행을 자세히 알려주고 이를 반복 학습시켜 유괴를 예방하는데, 국내에선 ‘낯선 사람을 따라가지 마’ 식으로 막연하게, 얼버무리듯 가르친다”는 것이다. 경찰대 이웅혁 교수는 “유괴범이 유인 미끼를 던지면 1분 안에 아이들이 넘어가는 실정”이라며 “철저하게 예방 교육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분석 결과 유괴 수법은 여섯 가지 유형으로 나눠졌다. 수법이 예상 밖으로 단순해 가정·학교에서 차근차근 교육하면 유괴를 예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에게 자문해 유형별 대처 요령도 알아봤다.

탐사취재팀 이규연·최준호·고성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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