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전용 보드카 나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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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끼리, 여자들끼리!!"
최근 러시아 여성잡지와 지하철 광고판을 가득 채우고 있는 여성 전용 보드카 광고 문구다. 보드카의 나라 러시아에서 지난해 12월 출시된 여성 전용 보드카가 큰 인기를 얻고 있다고 텔레그라프 등이 최근 보도했다. ‘담스카야(여성을 위한)’란 이름의 이 보드카는 러시아 제2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주류 공장에서 제조되고 있다.

이 회사 사장 이고리 볼로딘은 “여성들만을 위한 술이 필요했다. 모스크바에는 장미색의 여성 전용 택시도 있고, 여성만을 위한 담배도 있지만 여성용 보드카는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여성 전용 보드카는 헬스클럽에서 운동을 한 뒤 마실 수 있을 정도로 부드럽다”며 “주로 교육 수준이 높은 부유층 부인들이 즐겨 마시고 있다”고 설명했다. 볼로딘은 “보드카는 초콜릿 보다 덜 해롭다”며 “러시아에 당뇨병 환자가 알코올 중독자 보다 더 많지만 아무도 초콜릿 광고를 금지하지 않고 있다”고 항변했다. 여성 전용 보드카가 알코올 중독자를 크게 늘릴 것이란 일부의 주장을 반박한 것이다.

그러나 의료계는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알코올중독자 치료 센터'에서 일하는 의사 유리 사로킨은 “알코올 중독자의 60%가 여성인 상황에서 여성 전용 보드카 출시가 문제를 더 악화시킬 것”이라며 우려를 표시했다. 또 다른 전문가도 “여성들은 남자들보다 훨씬 빨리 알코올 중독자가 된다”며 “여성용 보드카가 큰 해가 없으며 오히려 여성의 권위와 자존심을 높여준다는 식의 선전이 계속 될 경우 더 많은 여성들이 보드카를 찾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공식 통계에 따르면 러시아에는 현재 250만 명의 알코올 중독자가 있다. 사로킨은 그러나 "실제 알코올 중독자 수는 이보다 7배는 많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1억 4000만 러시아 인구의 10%가 만성적 알코올 중독 증세에 시달리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유철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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