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진아 해준 게 없어 미안해 고통 없는 데 가서 행복하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1면

고 이혜진양의 영결식이 17일 경기도 안양시 명학초등학교에서 열렸다. 조사를 읽는 동안 이양의 친구들이 눈물짓고 있다. [사진=김상선 기자]

“해바라기 같았던 너는 우리 가슴속에 영원할 거야.”

17일 오전 9시 경기도 안양시 명학초등학교 운동장. 애타는 기도에도 불구하고 싸늘한 시신으로 돌아온 고 이혜진(11)양의 영결식이 열렸다. 이날 혜진이의 단짝 조미주(11)양이 학생 대표로 조사를 읽었다. “장기자랑 때 노래를 부르던 네 마지막 목소리가 생각나 자꾸 목이 멘다. 가수가 꿈이었던 혜진아, 부디 하늘나라에서라도 맘껏 노래를 부르렴….”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이어가던 조양은 결국 눈물로 조사를 마쳤다.

영결식이 진행되는 내내 혜진양의 가족들은 서로의 손을 꼭 붙잡고 있었다. 지키지 못한 막내딸에 대한 미안함 때문이었을까. 아버지는 혜진이의 언니 혜경양의 손을 잠시도 놓지 않았다. 어머니는 아들의 어깨에 기댄 채 마르지 않는 눈물을 훔쳐냈다. 이날 영결식엔 가족과 친지 20여 명, 전교생 900여 명이 참석해 운동장을 꽉 채웠다.

교무부장 이연옥 선생님의 조사가 이어졌다. “이제는 널 보내야 하는구나. 부디 고통 없는 좋은 세상에서 행복하길….” 선생님은 울음 때문에 제대로 조사를 읽지 못했다. 선생님이 조사를 읽는 동안 혜진이의 오빠 이성주(17)군은 어머니의 어깨를 주무르며 입술을 깨물었다. 혜진이 어머니 이달순(42)씨는 구토 증세까지 보이며 오열했다.

이윤형 교장선생님, 학교운영위원회장, 혜진이의 4학년 담임선생님과 혜진이 친구 10명의 헌화가 이어졌다. 아이들은 묵념 후에도 고개를 들지 못했다. 떨리는 손으로 흰 국화를 만지작거리던 장예은(11)양은 “내가 친구로서 해준 게 없어. 그게 제일 미안해. 꼭 하늘나라로 가”라며 연신 눈물을 훔쳤다. 영결식이 끝나자 가족과 친지들은 영정 사진을 든 오빠 성주군을 따랐다. 혜진이가 마지막으로 수업을 받은 4학년 3반 교실로 향하는 길은 눈물바다가 됐다.

혜진이의 자리엔 흰 국화 한 다발이 놓여졌다. 어머니는 책상을 쓰다듬으며 엎어져 울었다. 아버지도 흐르는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오빠 성주군이 영정 사진을 들고 운동장으로 나왔다. 아이들이 뒤따르며 운동장 한 바퀴를 돌았다. 운동장엔 학부모들이 ‘실종 어린이 전담반을 구성하라’는 등의 피켓을 들고 서 있었다. 학부모들도 영정 사진을 보자 “우리 혜진이 무서워서 어떡하니”라며 오열했다. 학부모 최연옥(41)씨는 “부모로서 가슴이 너무 아파요. 혜진이 발견된 날, 너무 끔찍해서 소름이 쫙 돋았어요”라고 말했다.

운구차에 시동이 걸렸다. 5학년 친구들이 정문 밖에 나가 혜진이를 마지막으로 배웅했다. 혜진이가 살았다면 함께 운동장에서 재잘거리며 뛰어놀았을 아이들이다. 아무것도 모를 것 같은 1, 2학년 꼬마들조차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 채 고개를 숙였다. 혜진이의 시신은 이날 오후 수원 연화장터에서 화장돼 안양시립 청계공원에 안장됐다. 

글=임주리 기자 , 사진=김상선 기자

[J-Hot] ‘납치 → 살해 → 매장’ 하루 만에 모두 끝냈나

[J-Hot] 용의자 정씨 PC서 아동상대 포르노물 발견

[J-Hot] 시화호? 수원 외곽? "예슬아 어디있니…"

[J-Hot] "가수 꿈이었던 혜진아, 부디 하늘서 맘껏…" 눈물의 영결식

[J-Hot] 동네주민 "용의자 성추행범…두달전 신고"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