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교육개혁,현실화가 문제다-요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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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개혁의 방향은 타율에서 자율,획일화에서 다양화,닫힌 교육에서 열린 교육,공급자위주에서 수요자 중심,학위위주에서 기능중시에로의 전환등 미래지향적이라고 평가된다.
△「종합생활기록부」는 학부모 치맛바람을 몰고오고,국.공립대학본고사금지는 대학의 자율화 정책과 모순되며,미국식 교육제도의 편향된 도입이라는 비판의 소지가 있다.
△개혁안이 성공하려면 정부의 강력한 재정지원과 교육행정가.교사.학부모의 동참을 유도할 공론화과정이 중요하다.
1년3개월여 진통끝에 교육개혁안이 발표되었다.너무 광범위하고다양한 개혁안이지만 개혁의 지향점은 다음 다섯가지로 요약할 수있다.①종래 국가가 관장하는 타율 교육에서 학교 현장위주 자율교육으로의 전환 ②획일적 암기위주교육에서 다양 한 학교와 교육프로그램 공급 ③닫힌 교육에서 열린 교육으로의 방향전환 ④공급자위주 교육에서 수요자중심 교육체계로의 전환 ⑤학위위주에서 기능중시 교육으로의 전환등이 그것이다.
개혁정신의 지향점이 제도적 방안으로 제시된게 첫째,대학의 병목현상을 풀고 대학의 다양화를 유도하겠다는 방안이다.설립준칙에만 맞다면 학교설립에서 정원까지를 학교자율에 맡기고,엄정한 평가를 통해 교육의 질을 학교간 경쟁으로 유도하며, 교육 수요자의 선택폭과 기회를 넓히겠다는 것이다.
둘째,사실상 현행 평준화정책을 96년부터 선복수지원,후추첨제방식으로 단계적 해제를 하면서 인성교육강화를 위한 「종합생활기록부」와 「학교운영위원회」도입을 주목할 수 있다.중등교육의 획기적 변화를 예고하는 이 제도도입에는 많은 이론 (異論)이 제기될 수 있다.그러나 대학의 질을 높이기 위해선 중등교육의 질과 다양성이 선행돼야 하고,사립학교의 자율성은 보다 빠르고 폭넓게 부여돼야 한다.
셋째가 평생교육.원격교육.계속교육의 현실화 방안이다.정보화시대의 교육이란 학교만 담당하는게 아니다.대학졸업장이 사회적 신분을 보장하면서 모든 교육이 끝나는 시대는 지났다.시간제 학생등록제,용이한 전.입학 편입제,기술전문대학원 설치 등 평생교육체계를 만들겠다는 방안은 높이 살 만하다.
물론 세밀하게 따져보면 많은 문제와 비판이 예상된다.학교간 차이가 없는 현행 내신제도 문제인데,종합생활기록부가 고교에서 대학진학까지 막강한 「무기」로 작용할 경우 또다른 치맛바람이 휘몰아칠 것이다.서울대 본고사폐지를 위한 국.공립 전체의 본고사금지는 대학자율화 정신과는 상충되는 잣대가 아닌가.대체로 미국식 교육제도 추종이어서 기존의 일본식 교육에 익숙한 사람들은상당한 거부감을 가질 수도 있다.
그러나 중요한 사실은 21세기를 향한 급변하는 산업화.세계화.정보화라는 시대의 흐름에 과연 어떤 교육체계가 우리에게 절실한가 하는 폭넓은 공감대를 형성하는 일이다.기존 교육체계로선 이해하기도 힘들고 현실성도 의문시되는 방안이 있기 도 하지만 새 시대에 맞는 새로운 교육목적과 새로운 형의 인재를 양성하는새 교육의 틀이라는 점에서 이번 개혁안은 지금까지의 숱한 대증적(對症的)교육개혁과는 본질적으로 다른 개혁안이라고 평가할 수있다. 문제는 지금부터다.종래의 교육개혁은 국가주도의 정책변화였지만 이번 개혁은 교육행정가에서 학교현장의 교사,그리고 학부모 모두의 의식개혁과 교육관의 개혁없이는 도저히 달성할 수 없는 전국민 의식변화를 요구하고 있다.개혁의 성공적 실천 을 위해선 가장 먼저 이 개혁안을 정책화하고,현장에서 개혁을 담당할교육행정가와 교사의 충분한 합의와 의식의 변화가 유도돼야 한다.이제 공은 교육부와 학교로 넘어갔다.장밋빛 개혁안이 빛바랜 낡은 휴지로 끝나버리지 않기 위해선 교사의 자구적(自救的)의식개혁과 자질향상이 병행돼야 하고,교육관료들의 개혁정신이 투철해야 한다.
교사와 교육행정가 뿐이 아니다.이 모든 개혁안이 정부의 재원없이는 모래성이 될 뿐이다.GNP 5%라는 재정확보가 숫자놀음아닌 진정한 교육재정확충이라야만 개혁의 목표는 현실화될 수 있다.정권이 바뀐다고,또는 정치적 흥정대상으로 교 육개혁이 왜곡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
끝으로 교육개혁의 성패는 학부모에게도 달려있다.학군제나 평준화정책에만 연연하면서 내 자식,내 자녀 교육은 어떤 손해도 볼수 없다는 학부모 이기주의가 청산되지 않고서는 어떤 개혁안도 무의미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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