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들의 식탁-이태원 빌라 소르티노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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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호 35면

음식을 통해 글로벌 문화를 접하는 데 남다른 즐거움을 느끼는 필자인지라 세계 각국의 맛을 접할 수 있는 레스토랑에 자주 들르곤 한다. 이런 곳을 고를 때 제1 기준은 ‘얼마만큼 현지의 맛에 가까운가’다.

남부 이탈리아의 맛 그대로

서울에 있는 많고 많은 이탈리아 음식점 중 이태원의 소르티노스(Sortino’s)는 이 기준을 잘 만족시켜 주는 곳 중 하나다. 서울에 거주하는 외국인 사이에서 이미 소문난 집이다.

소르티노스라는 이름은 캐나다계 이탈리아 사람인 산티노 소르티노 셰프 겸 사장의 이름을 딴 것이다. 서울에는 5년 전 롯데호텔 내 이탈리안 레스토랑 페닌슐라의 총주방장으로 들어왔다. 호쾌한 이탈리아인의 기질을 그대로 갖고 있는 그는 단골 여성들이 오면 이탈리아식으로 볼을 서로 비비며 인사한다.

그는 2006년 초 오픈한 소르티노스가 유명해지자 지난해 10월 원래 있던 소르티노스 맞은편에 인테리어가 훨씬 고급스러운 ‘빌라 소르티노스(Villa Sortino’s)’를 오픈했다. 소르티노스보다 고상한 분위기에서 제대로 된 서빙을 받으며 식사할 수 있어 필자는 특별한 날엔 빌라 소르티노스를 선호하는 편이다.

이 집에서 가장 괜찮은 선택은 역시 심플하지만 재료의 맛을 잘 살린 것들이다. 이런 요리들을 고르면 요리사의 솜씨와 재료의 신선함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 ‘세 가지 버섯을 넣은 링귀니(Tre Fungi con Arugula·1만7000원)’는 그물버섯·표고버섯·양송이버섯을 듬뿍 넣고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 오일과 루콜라(시금치와 비슷한 서양 채소)만으로 맛을 냈다. 따로 부탁하지 않아도 모든 파스타는 언제나 알덴테(Aldente·속에 심이 약간 남아 있을 정도로 쫀득하게 삶아진 상태)다. 궁금한 것은 파스타가 알덴테 상태를 유지하면서도 크림소스도 아닌데 링귀니의 두꺼운 면 속에 소스의 맛이 진하게 배어 있다는 것이다.

‘멧돼지 소시지를 얹은 토마토소스 스파게티(Cinghiale Tommaso·2만2000원)’는 이탈리아 토스카나 지역의 향기가 듬뿍 나는 파스타다. 직접 만든 멧돼지 소시지는 느끼하지 않고 씹히는 맛이 좋다. 역시 멧돼지 고기를 갈아 토마토소스를 넣어 만든 소스와 잘 어울린다. 야생 허브 세이지의 풍미가 멧돼지 고기의 거친 느낌을 잘 중화해 주고 있다.

오븐에서 구워 나오는 피자는 도우가 얇고 바삭하다. 직접 만든 ‘이탈리안 소시지를 얹은 피자(Pizza Salsiceia·1만7000원)’는 치즈와 토마토소스 같은 토핑을 아끼지 않았지만 토핑 맛이 과하지 않고 바삭한 피자 껍질과 잘 어울리는 정도다.
가격대가 녹록한 편은 아니지만 파스타의 양도 꽤 많고 피자는 웬만한 프랜차이즈 브랜드의 라지 사이즈보다 훨씬 크다(주문량을 잘 조절하지 않으면 다이어트에 심각한 지장을 초래한다).

셰프 소르티노는 음식이 좀 짜다는 지적이 한국 손님들로부터 나온다고 털어놓는다. 소금을 많이 써서가 아니라 이탈리아 고유의 요리법대로 만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언젠가 한국에 들른 소르티노 셰프의 아버지는(역시 유명한 파티시에 겸 화가다) 빌라 소르티노스의 요리들을 먹어 보고는 “너무 싱겁다”고 혼쭐을 냈다고 한다. 이곳에 가면 ‘짜지 않게 한국식으로 해주세요’라는 말을 하지 말고 소스와 허브·와인을 듬뿍 넣은 본토 맛에 도전해 보라고 권하고 싶다

빌라 소르티노스 Villa Sortino’s
위치 이태원 소방서 건너편
영업시간 평일 11시45분~3시, 5시30분~10시30분(마지막 주문 시간, 라운지는 새벽 2시까지). 주말 11시45분~10시30분
좌석 수 112석
문의 02-553-9000

글 최지영 기자, 사진 신인섭 기자


글쓴이 최지영은 중앙일보 국제부 기자로 대만과 홍콩에서 자라면서 경험한 식도락 여정을 행복한 기억으로 간직하고 있다. 해외여행을 가서도 처음 본 음식이나 현지인이 좋아하는 요리는 꼭 먹어봐야 한다는, 맛에 대한 강한 도전정신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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