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날 도왔다고 … 정말 잘못된 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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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심위 임해규 의원은 이날 발표 뒤 “우리 나름의 공천 기준과 판단에 입각해 한 것”이라며 “국민공천·실적공천을 하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이어 “명단을 잘 살펴보면 계파를 배려한 흔적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당장 친박계 의원들이 반발했다. 박근혜 전 대표는 “그동안 제일 우려했던 일이 현실로 벌어지고 있다”거나 “나를 도왔다는 이유로 탈락 시켰다. 정말 잘못된 일”이라고 말했다고 이정현 공보특보가 전했다. 박 전 대표는 또 “납득할 만한 이유를 분명히 밝혀야 할 것”이라고도 했다.

사실 공천을 둘러싼 양 진영 간의 긴장은 이미 팽팽했었다. 올 초 벌금형 비리 전력자에게 공천 신청 자격을 줄지 논란이 벌어졌을 때나 공심위의 구성을 두고 두 차례 충돌한 일이 있었다.

한나라당 안강민 공천심사위원장(오른쪽에서 둘째) 등 공천심사위원들이 6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제주 및 경기도 일부 지역에 대한 공천 심사를 하고 있다. [사진=오종택 기자]


이명박 당시 당선인과 박 전 대표가 1월 23일 회동하고 박 전 대표가 다음 날 불리한 내용의 공심위 구성을 수용했을 때 간신히 봉합됐었다. 박 전 대표는 “공정하고 투명한 공천에 대한 당선인의 약속과 신뢰, 강재섭 대표의 약속을 믿고 모든 걸 맡기자”고 말했었다.

양 진영 사이에 다시 신뢰의 위기가 온 것이다. 친박 진영에선 “우리를 쳐내기 위한 것”이라고 보고 있다. 친이 진영에선 “세대 교체가 필요했다. 또 의정 능력을 봐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박한다. 또 “친이-친박 간 안배를 하고 있다”고도 말한다.

실제 공심위의 이날 결과는 양 진영을 배려한 측면이 있다. 친박 의원을 친이 후보로 교체한 경우, 친이 의원을 친박 후보로 바꿨다. 친박 성향의 한선교 의원 대신 친이 성향의 윤건영 비례대표 의원을, 친이 성향의 이재창 의원 대신 친박 성향의 황진하 비례대표 의원을 발탁하는 식이다. 그러나 ‘이규택·한선교’란 비중은 감안하지 못했다는 반발이 나온다.

당 안팎에선 공천 불길이 어느 정도로 번질지, 나아가 당 전체를 삼켜버릴지 여부는 주말께 예정된 영남권 심사에 달려 있다고 보고 있다. 한 공심위원은 “공심위가 단호해졌다”며 “영남은 더할 것”이라고 전했다. 영남 68곳 지역구 중 62곳이 한나라당 소속 의원의 지역구란 점을 감안하면, 현역 의원 탈락자는 더욱 많이 나올 수밖에 없다.

게다가 영남은 친박 성향이 강한 곳이다. 공심위원들이 덜 호의적인 고령 의원들 가운데 친박계가 많다. 이래저래 현역 의원 탈락자 중 친박 의원이 많을 수밖에 없다. 친박 의원이 탈락한 곳에 친박 후보를 낸다고 해도 친박계가 만족할지는 미지수다.

그래서 당 안팎에선 “이러다 당이 깨지는 것 아니냐”는 전망까지 나온다. 또 다른 공심위원은 “세대 교체를 해라, 개혁 공천을 하라는 게 국민적 요구인데 현역 의원을 탈락시키면 바로 친박, 친이를 따진다”고 지적했다.

고정애 기자
사진=오종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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