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중심 못잡는 경제정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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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정부가 최근 잇따라 발표하고 있는 경제정책들에 줄기가 없다.
경제 현안이 발생했다 하면 내놓는 대책이란 것이 돈을 얼마 더풀겠다는 내용에 불과하고,그나마도 대부분은 자금조성이나 지원방식 등에 있어 실현성이 불투명하다.경기과열을 우 려해 경제의 안정적 운용을 강조하면서도 다른 한쪽에서는 돈을 풀고 세금을 깎아주겠다는 약속을 연신 해대고 있다.
이래서는 가뜩이나 어려운 통화관리가 더욱 꼬일 수밖에 없다.
재정경제원의 계산으로는 최근 건설업체 부도대책과 중소기업 지원,자본재(資本財)산업 육성과 증시(證市)부양을 위한 자본시장 조기개방에 따른 외화유입 등 최근 잇따라 발표된 각종 대책으로풀려나갈 돈이 4조6천억원을 웃돈다.재경원 기대대로 대기업에 대한 외화대출 축소조치 등이 2조3천억원정도의 통화환수효과를 낸다 해도 향후 통화관리에 엄청난 부담이 될 것은 분명하다.
더욱 의아한 것은 정부가 과연 발표된 만큼의 자금지원을 실제로 할 의사라도 있느냐는 것이다.예컨대 중소기업 상업어음할인의재원만 해도 해외증권을 발행하는 대기업에 중발채(中發債)를 의무매입케 한다거나,증시가 휘청대는 판에 국민은행 과 기업은행의증자(增資)를 통해 돈을 마련토록 한다는 등 논리에도,현실에도안맞는 방식이 동원되고 있다.이런 식의 중소기업지원정책이 타당한지의 여부는 차치하고 재원마련과 실제공급이 가능한지부터 의문이다. 재정쪽도 이상하기는 마찬가지다.세금이 잘 걷힌다고 갑자기 근로소득세 공제한도를 늘리고,부가세 면세점을 상향조정하겠다고 나서는가 하면,자본재를 생산하는 중소기업근로자의 소득세를 경감해주겠다는 등의 세금감면방침을 시도 때도 없이 발표 하고 있다.이는 정부가 스스로 강조해온 재정의 경기조절기능 강화와는전혀 걸맞지 않은 정책들일 뿐더러 정 필요하면 가을 정기국회때가서 해도 충분한 것이다.
경제현실에 대한 종합적인 진단과 인식이 결여돼 있거나,또는 있다 해도 정치논리에 눌려 제목소리를 못낸다고밖에는 이해할 수없는, 한件주의식 정책들이다.이래선 또 선거를 앞둔 선심이란 얘기밖엔 들을 게 없다.경제정책이 국민의 ■■≥■■■■쏭<사설>국민기대 저버린 돈봉투 추태 민주당 경기도지사후보 경선(競選)대회의 추태는 창피하고 실망스럽다.모처럼 여야정당에서 경선이라는 좀더 민주적 방식으로 후보를 뽑아 정당에 대한 국민신뢰가 다소 회복되는가 했더니 이번추태는 그런 국민기대에 찬물을 끼얹은 격이다.
민주당 스스로 국민에게 사과했듯이 이번 추태는 입이 열개라도할 말이 없게 됐다.이번 사건을 보면 이젠 잊을만한 것처럼 생각되던 과거 야당의 온갖 구태(舊態).구악(舊惡)의 요소가 모조리 되풀이되고 있다.돈봉투.폭력.향응.집단투숙 등 과거 당권싸움 당시의 추잡한 현상이 고스란히 나타나고 있다.시절은 변하고,국민수준도 월등히 높아졌는데 야당의 속성은 한꺼풀 벗겨보면예전 그대로인가 하는 탄식이 절로 나온다.이런 사람들이 그동안언필칭 개혁이니, 깨끗한 선거니 하고 떠들고 자기들 손으로 개혁선거법을 통과시켰으니 그 이중성과 말과 행동간의 엄청난 괴리(乖離)를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
우리는 이번 사태에서 선거판만 벌어지면 그것이 당내 경선이든,진짜 선거든 간에 수단.방법을 안가리고 당선만 되고 보자는 룰의식(意識)부재를 느끼게 된다.법.규칙.상식,이런 것은 아랑곳 없이 돈주고,향응베풀고,호텔 잡아주는 선거운동 이 이번에도벌어졌음이 드러났다.그런 일은 어디서든 있는 일이고 관례라는 주장이 민주당총재단회의에서 공공연히 제기되었다.당내경선에서 이렇다면 정말 선거에서는 어떻게 나타날지 불문가지(不問可知) 아닌가. 다음으로 지자체후보 경선이 지역단위의 적임자경쟁이 아니라 중앙파벌싸움의 무대가 되고 있는 것도 심각한 문제점이 아닐수 없다.이번 경선이 이렇듯 과열.추태로 이어진 것도 이기택(李基澤)계.동교동계의 세력싸움 때문이었다.정치인들의 지방자치에대한 인식에 큰 문제가 있음을 이번 사건은 여지없이 보여준 것이다. 그리고 이런 일이 벌어졌는데도 민주당 각파가 별로 반성.자숙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 것 같아 더욱 실망스럽다.입이 열개라도 할 말이 없을 사람들이 서로 『네탓』이라고 책임을 미루고 말싸움하는 것을 보면 기가 찰 일이다.
민주당은 대오각성해야 한다.문제가 무엇이며,그것은 어디에서 왔고,이제부터 어떻게 고쳐나갈지를 진지하고 겸손하게 조사.논의.실천해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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