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인사청탁 110명에 ‘경고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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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하는 내부의 인사 시스템을 통해 상담할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외부에 청탁함으로써 인사 질서를 문란하게 했다. 향후에는 이런 인사청탁이 재발하지 않도록 각별히 유념하기 바란다’.

지난주 110명의 농협 직원들은 인력개발부장 이름으로 온 이런 편지를 받고 깜짝 놀랐다. 편지를 받은 직원들은 처음에는 설렜다. 인사철이라 원하는 곳으로 발령이 난 게 아닌가 하는 기대 때문이었다.

하지만 편지를 뜯어보고는 충격에 빠졌다. 인사청탁을 엄중히 경고한 경고장이었기 때문이다.

농협은 최원병(사진) 중앙회장의 지시로 이번 인사 때 외부 사람을 통해 줄대기성 청탁을 한 직원들에게 경고장을 우편으로 보냈다. 농협 역사상 인사청탁 직원에게 경고장을 보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농협에 따르면 지난해 말 인사 때부터 단위조합장과 농림부, 금융위원회 같은 다양한 정부기관에서 특정인을 챙겨달라는 크고작은 청탁이 들어왔다. 올 들어 농협의 승진 및 전보 인사 대상자는 4000명. 이 중에서 외부 사람을 통해 노골적인 인사청탁을 한 직원은 110명 선이다. 인사 대상자 100명 중 3명꼴로 인사청탁을 한 것이다.

지난해 말 취임한 최 회장은 이런 고질병을 뿌리뽑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첫 인사부터 청탁이 횡행하자 그는 과감하게 결단을 내렸다. 지난해 12월 30일 임원급 인사를 단행하고 이어 1월 2일과 20일 각각 후속인사를 냈다. 청탁이 고려될 여지가 없게끔 속전속결로 인사를 했다. 그러면서 이 기간에 인사청탁을 한 직원에게 경고장을 보내 강력히 경고했다.

김일헌 농협중앙회 인력개발부장은 “인사철마다 청탁이 비일비재했다”면서 “그때마다 당사자에게 구두경고를 했지만 개선되지 않아 공식 경고장을 보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에 경고장을 보낸 사람은 내부적으로 관리하고, 앞으로도 청탁 직원에게는 인사상 불이익을 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손해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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