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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취재일기

뒤늦게 정신차린 기아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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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지난달 15일 기아자동차 화성공장 1라인이 한때 멈춰 섰다. 노조 집행부의 인력 전환 배치 추진에 반발한 일부 조합원이 생산라인을 점거했기 때문이다. 1월에 출시된 뒤 계약이 밀려들고 있는 신차인 ‘모하비’의 생산도 잠시 중단될 수밖에 없었다.

이런 진통 끝에 2일 기아차 노사는 카렌스를 생산하는 화성공장 2라인 직원 96명을 모하비 라인으로 전환 배치하는 데 최종 합의했다. 10명 이내의 전환 배치는 이전에도 있었지만 이런 대규모는 처음이다. 노조 측이 일부 조합원의 강력한 반발을 무릅쓰고 사측과 전환 배치에 합의한 건 ‘이대로 안 된다’는 위기의식 때문이다.

사실 기아차의 최근 경영 실적은 형편 없다. 국내 완성차 업체 5개 사 중 유일하게 최근 2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기아차는 지난해 현금 유동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화공장 부지와 서산 부지까지 팔았다. 임원들은 올 초 연봉의 20%를 반납했다. ‘원-달러 환율 900원을 견딜 수 있는 차를 만들겠다’며 원가 절감도 추진했다. 이런 몸부림에도 불구하고 문제는 생산성이다. 기아차가 차 한 대를 만들어내는 시간은 37.5시간. 혼다(21.1)나 도요타(22.1)의 60% 수준에 불과할 뿐 아니라 현대차(30.3)와 비교해도 한참 떨어진다. 기아차는 올해 뉴모닝과 모하비를 시작으로 올해 5개 차종을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이 같은 생산성으로는 신차의 생산 물량을 제대로 대기도 어렵다. 반면 임금은 매년 5~9%씩 인상돼 부담은 계속 늘고 있다.

이번 전환 배치는 카렌스 생산 중단으로 남는 인원을 모하비 라인에 투입해 생산성을 높이자는 취지다. 카렌스 생산라인이 광주공장으로 옮겨진 건 2006년 12월. 무려 1년 넘게 남아돌던 인원이 이제야 필요한 생산라인에 배치된 것이다.

“10년 전 위기를 대비하지 못해 회사와 직원 모두 고통을 겪었다. 10년이 지난 오늘 이런 교훈이 똑같이 반복되고 있다.”

기아차가 지난달 연재를 시작한 사내 홍보물 ‘새로운 변화 새로운 미래’ 첫 회의 내용이다. 지금이 1997년 부도 사태를 떠올릴 만큼 절박한 상황이라는 뜻이다. 기아차 노사는 이제야 위기를 탈출하기 위해 손을 맞잡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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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애란 경제부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