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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론

한의학은 미래산업의 블루 오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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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이명박 정부는 미래지향적 한·양방 협진을 통해 국민 의료수준을 높이는 동시에 의료비를 낮추고, 21세기 국가 전략산업으로서 한방산업을 육성하겠다고 발표했다. 한방과 양방의 장단점을 함께 활용한다면 더욱 높은 국민 의료수준과 의료비 절감을 얻을 수 있고, 관련 산업은 미래 한국의 차세대 성장 동력이 될 것이라는 상식 수준의 논의를 국가 보건체계로 업그레이드하기 위한 노력으로 잇겠다는 것이다. 2008년 기준 세계 한의약 시장 규모는 2000억 달러로 추산된다. 고령화 및 웰빙 문화의 확산에 따라 전 세계적으로 전통 의료기술 및 제품에 대한 관심도 확대되고 있다. 이처럼 급속도로 성장하는 세계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세계 각국은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전통의학 발전을 명시한 1954년 마오쩌둥의 지시 이후 정책적인 지원을 쏟아온 중국은 82년 헌법 명문화를 통해 이를 국가 경쟁력의 하나로 규정하고 있다. 중국의 동북공정은 백두산과 고구려, 고려인삼을 넘어 한국 한의학까지 제물로 삼으려 하고 있으며,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통해 한의약의 세계 장악을 꿈꾸고 있다. 미국 또한 의료비를 낮추고 국민 보건 수준을 향상시키기 위해 92년 국립보건원 산하에 국립보완대체의학센터(OAM/NCCAM)를 설립하고 2007년 기준 1억2000만 달러의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뒤늦게나마 우리나라도 이들과 경쟁할 수 있는 일관된 체계를 구축하고자 노력해 왔다. 정부 출연 연구기관인 한의학연구원(94년) 설립을 시작으로 보건복지부 한방정책관실(96년)의 신설, 공중보건한의사 확대 배치(2002년)와 한의약육성법(2003년) 제정을 통해 한의학과 한의약 산업 발전을 위해 노력한 것은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펼쳐보고자 나라의 미래를 준비해 온 정책이라 할 것이다.

올해는 지금까지 추진한 한의학 육성 정책의 밑그림을 완성하는 역사적인 해다. 2008년은 헤이그 밀사 사건으로 일본 제국주의에 의해 대한제국 고종황제의 ‘동제의학교(東濟醫學校)’가 강제로 문을 닫은 지 100년이 됨과 동시에 관학(官學)의 전통을 부산대 한의학전문대학원이 다시 잇게 되는 해다. 101년 전의 치욕적인 정미조약과 군대 해산령으로 행정부와 군대에서 쫓겨나야 했던 한의학으로서는 격세지감을 느끼게 하는 역사라 할 것이다.

필자는 지역사회 경제성장을 이끄는 메디컬 클러스터의 미래를 미국 클리블랜드와 일본 도야마에서 실감했고, MIT공대를 졸업한 하버드 의대 교수가 MRI의 미래를 주도하는 것을 보았다. 의료를 미래산업의 블루 오션으로 투자·육성하고자 한다면 기존의 사고를 뛰어넘는 새롭고도 독창적인 대안이 제시돼야 한다. 고전이 현대에 와서 새롭게 각광받는 것은, 그 속에 담겨 있는 변치 않는 진실성과 오랜 시간 다듬어진 현실성으로 미래를 제시하기 때문이다. 새롭게 시작하는 현대 한의학은 국민 보건의료의 수준을 높일 것이며, 1인당 국민소득 4만 달러 시대의 첨단 의료산업을 개척해 나가는 ‘먹거리’를 만들어 낼 것이기에 보다 많은 역량과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채한 부산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