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혁명의 총사령관은 한 명뿐이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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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호 38면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이 된 라울 카스트로가 24일 국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라울 의장 취임 뒤 현지에선 내·외국인용으로 나뉘어 있는 화폐가 통합된다는 소문이 나돌았다. [아바나 로이터=연합뉴스]

의원 동지 여러분. 이번 국회 회기 중 드러난 인민의 명령은 분명하다. 역사적인 시기에 혁명을 강화해 나가라는 것이다. 피델 카스트로 동지가 1월 18일 메시지에서 지적한 것처럼 변증법적이고 독창적인 방식이 필요하다. 나는 쿠바 혁명의 총사령관은 한 명뿐이라는 신념 아래 의장직에 취임한다. 그는 바로 피델이다. 피델은 대체될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피델의 사상은 쿠바의 존엄과 정의를 지키는 요새였으며 인민의 마음에 영원히 살아 있을 것이다.

혁명의 초기 15년간 우리는 자본주의 잔재가 남아 있는 가운데 경제·정치·사회적으로 급격한 변화를 추진하는 과정을 거쳤다. 60년대 제도화 과정이 불완전하기는 했지만 현실에 맞는 시스템을 만들어내 다른 사회주의 국가와 동등한 수준에 도달했다. 각고의 노력 끝에 94년 각 기관의 기능 재조정과 규모 축소에 성공했다.

14년의 세월이 흘러 국내외에서 다양한 변화가 발생했다. 우리는 더 작고 경제적이고 기능적인 구조를 필요로 한다. 중앙정부 기구를 줄이고 쓸모없게 된 기능들을 효율적으로 축소해야 한다. 이는 수많은 회의와 조정·허가·중재·포고·규제·비망록 등을 줄일 때 가능하다. 다양한 기관에 흩어져 있는 핵심적 경제기능을 집중하고 간부들을 효율적으로 배치해야 한다.

나는 지난해 12월 피델 동지가 의원으로 뽑힌 산티아고 지역을 방문한 적이 있다. 그곳에서 혁명의 필요성에 대한 광범위한 지지를 확신했다. 인민이 공산당 중심으로 강력하게 단결하려면 공산당은 보다 민주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우리는 적들이 결코 잠들지 않고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그들은 항상 우리가 부주의한 틈을 이용해 공격하려고 한다. 우리 인민은 세계 최대의 군사·경제대국으로부터 다양한 공격을 받고도 추호의 두려움 없이 혁명을 계속해 왔음을 명심해야 한다.

우리는 제국(미국을 지칭)과 그 우방들의 공격적이고 공개적인 간섭 발언에 주목한다. 미 국무부는 예상대로 서둘러 쿠바 봉쇄정책의 연장을 선언했다. 다른 몇몇 나라는 권력교체 과정에서 쿠바와의 조건부 관계 개선을 언급했다. 그들은 쿠바 인민이 완전한 독립과 주권을 얼마나 자랑스러워하는지 조금도 알지 못한다.

우리가 어떤 문제를 해결하려 할 때 피델의 신념을 명심해야 한다. 쿠바의 현안들은 체스판처럼 각각의 현실 문제마다 다양한 해답을 요구하고 있다. 나는 규율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다. 미국 정부가 우리를 압박하고 있는 실제 전쟁 상황에서 우리는 경제를 향상시키기 위해 엄청나게 노력하고 있다. 그들의 의도는 쿠바 혁명 이후 변하지 않고 있다. 우리 인민이 자유에 대한 결정을 포기할 때까지 최대한 고통을 주자는 것이다. 이를 과오에 대한 변명거리로 쓰지 말자. 더 많은 걸 생산하고 더 우수한 서비스를 공급하게 만드는 자극제가 되게 하자.

한 나라는 국가 경제의 성장과 생산력 기초를 유지하는 토대 위에서 인민의 물질적, 정신적 기본욕구를 충족하는 데 우선순위를 둔다. 그렇지 않으면 발전은 불가능하다. 이런 관점에서 국가적으로 중요한 이슈를 점검해 보겠다.

모든 것을 제때 행해야 한다는 피델 동지의 사고를 쿠바 페소화의 재평가 문제에 적용해 보자. 재평가는 진보적이고 점진적이고 신중하게 이뤄져야 한다. 나는 2005년 3월 피델이 썼던 단어를 정확히 사용하고 있다. 동시에 우리는 이중 통화 제도란 문제를 다루고 있다. 우리는 인민의 소득과 저축을 보호하고 증가시킨다는 확고한 목표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 문제들은 매우 민감하고 복잡하다. 후유증과 단절을 피하기 위해 통화제도를 조금이라도 변경하려면 포괄적 접근방식을 취해야 한다. 임금체계, 소매가격, 퇴직금, 배급통장제가 실시되는 상품·서비스에 대한 수많은 보조금 등을 망라해 결정해야 한다. 임금은 각자의 생활수준을 결정하는 것이자 합법적 소득과 직결돼 있다. 다시 말해 사회에 기여한 노동의 중요도와 양(量)을 뜻한다. 피델의 소견에 따르면 자신의 손과 지식으로 일한 사람의 장점은 보상받아야 한다. 동시에 우리는 우선순위를 둬야 할 다른 문제들을 살펴봐야 한다.

지난해 12월 나는 금지령과 규제가 너무 많다고 언급한 바 있다. 조만간 우리는 몇몇 규제를 철폐할 것이다. 그 목적은 일반적인 품귀현상 때문에 발생하는 새로운 불평등과 소득 상실을 방지하려는 것이다. 다른 규제들의 철폐는 외견상 간단해 보이지만 포괄적으로 연구하고 법 규정을 바꾸느라 시간이 걸릴 것이다.

의원 동지들. 1895년 호세 마르티가 주창한 대로 미국 군대의 개입으로 좌절된 독립투쟁을 다시 시작해야 한다. 반세기 뒤 우리는 하나로 단결해 오랜 숙적과 싸웠다. 적과 싸우기 위해 우리는 피델이 쿠바인에게 말한 내용을 명심해야 한다. 마르티의 찌푸린 표정과 마세오(쿠바 독립을 위해 19세기 말 스페인에 맞서 게릴라투쟁을 한 인물)의 시든 얼굴은 안락한 삶이 아니라 고된 의무의 길을 말해준다는 것을.

정리=이양수 기자 yas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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