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밥그릇 다툼으로 변질된 금융위 구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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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우리나라 금융정책과 금융감독을 총괄하는 최고 의결기관인 금융위원회가 관치금융 부활의 주역으로 전락할 위험에 처했다. 금융위원회는 이번 정부조직 개편으로 기존의 금융감독위원회에 옛 재정경제부가 갖고 있던 정책기능을 합쳐 신설되는 막강한 기구다. 금융에 관한 한 정책과 감독 양면에서 전권을 가지는 금융위가 철저하게 관(官) 위주로 구성될 모양이다. 금융감독위 시절엔 정부 쪽 인사 6명과 민간위원 3명으로 구성됐으나 금융위로 확대 개편하면서 민간위원 2명을 줄이는 대신 이를 정부 쪽 인사로 채워넣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신설되는 금융위의 민관 비율은 3:6에서 1:8로 바뀐다. 누가 봐도 관료 중심의 정부조직이 되는 것이다. 당연히 민간의 의견이 반영될 여지가 축소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래서는 금융의 자율화와 선진화를 기대할 수 없다.

금융위의 구성이 이처럼 기형적인 관 주도 형태로 바뀐 것은 정부와 금융감독원 간의 세력다툼에서 비롯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개정안에는 민간위원을 3명으로 유지하기로 했으나 국회의 여야 합의 과정에서 돌연 민간위원 수가 줄었다. 양측의 치열한 로비 끝에 금융감독원장을 당연직 위원으로 참여시키는 대신 정부산하기구인 예금보험공사 사장도 위원회에 포함시키는 것으로 타협을 봤다는 것이다. 이게 도대체 있을 수 있는 이야기인가. 금융위 자리를 두고 정부와 감독기구가 흥정을 벌이고 이를 규율해야 할 국회 재정경제위는 이들의 로비에 휘둘렸다.

1998년 금융감독위를 신설하면서 민간위원 3명을 포함시키기로 한 것은 과거 관치금융의 폐해를 바로잡기 위한 것이었다. 그런데 10년이 지나 새롭게 변신하는 금융위가 오히려 관치로 회귀하겠다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금융위는 정부 관료나 금융감독원의 밥그릇이 아니다. 국회 재경위는 이제라도 금융위 구성을 원점에서 다시 논의하기 바란다. 우선 줄어든 민간위원 몫을 원래대로 되살려야 한다. 그리고 정부와 금융감독원의 로비나 압력에서 벗어나 진정으로 금융발전에 무엇이 최선의 방법인지를 고민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