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인사파동, 청문회부터 열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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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이명박 정부 출범에 인사파동이 벌어지고 있다. 통합민주당은 한승수 총리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 표결을 연기했다. 장관 후보자에 대한 27~28일 인사청문회를 보고 판단하겠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그러면서 남주홍 통일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 일정을 합의해 주지 않았다. 후보를 점검할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것이다. 박은경 환경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에 민주당이 참여할지도 불투명하다. 민주당은 두 사람에게 여러 결격 사유가 있어 청문회 자체를 거부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왔다.

대통령·여당과 야당의 논리가 정면으로 충돌하고 있다. 대통령과 여당은 야당이 새 정부 출범을 도와주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야당은 헌법과 법률에 따라 인사청문은 철저해야 하며 며칠이 늦어진다고 원칙이 훼손될 수는 없다고 반박한다.

양측은 차분하게 순리와 원칙에 따라야 한다. 야당은 장관 청문회에 응해야 한다. 국회가 20일 내에 청문 절차를 끝내지 않을 경우 대통령은 다시 10일을 요구할 수 있다. 그 기간이 지나면 대통령은 후보를 장관으로 임명할 수 있다. 통일부 장관 후보자의 경우 당선인이 국회에 인사청문 요청안을 보낸 것은 지난 22일이다. 그러니 국회의 절차가 헝클어질 경우 대통령은 다음달 하순에 가서야 장관을 임명할 수 있다. 이미 여성부 장관 후보자가 사퇴하고 새 후보가 정해지지 않아 국무회의 최소정원(15명)에 한 명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어 왔다. 그러던 차에 다른 후보의 국회청문 절차가 불투명해지면 부족 인원이 늘어나 대통령은 당분간 국무회의를 열지 못할지 모른다.

장관 후보에 대한 야당의 문제 제기는 정상적인 것이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청문회라는 합리적인 공간에서 이뤄져야 한다. 후보자의 대북관이든, 자녀의 미국 영주권 문제이든, 부인의 부동산 투기 의혹이든, 청문회 내에서 질의하면 된다. 토론하고 검증하라고 청문회가 있는 것이다. 장관 후보의 답변을 보면 그가 장관직을 수행할 수 있는 인물인지 상식적인 평가가 형성된다. 이후의 절차는 순리에 따라 진행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