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무역상이 싹쓸이 고철값 폭등 부채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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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고철(철스크랩) 가격의 급등 현상은 중국의 수입량 확대 외에 일본 자본의 한국 시장 교란에 따른 영향이 컸던 것으로 밝혀졌다.

일본의 고철 무역업자들이 막대한 시세차익을 노리고 한국에서 고철을 대량으로 수집한 뒤 이를 중국에 되파는 바람에 국내의 정상적인 고철 수급에 큰 차질이 빚어졌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산업자원부는 최근 일본 자본의 국내 고철 매집 동향을 업계로부터 입수하고 정확한 실태 파악에 착수했다.

철스크랩 공업협회 관계자는 4일 "지난해 11월부터 일본 자본이 들어와 국내 고철을 싹쓸이해 가뜩이나 고철 수입량이 줄어들기 시작한 와중에 품귀현상을 촉발시켜 가격이 폭등했다"고 말했다. 20여년간 전국의 영세 수집상으로부터 고철을 사들여 제강업체와 주물업체에 공급해온 이 관계자는 "일본고철공업협회 인사 10여명이 지난해 9월께 국내에 들어와 한국산 고철을 중국에 판매하는 '삼각무역' 방안을 제안했다"고 전했다. 그는 "당시 국내 고철업계가 수출을 늘리면 국내 공급이 크게 줄어 국내 주물업체들이 조업을 대폭 축소하는 사태가 올 수 있다며 제안을 거절했다"고 밝혔다. 일본은 고철 자급률이 90%가 넘는 데 비해 우리나라는 자급률이 70% 미만이다.

그러나 지난해 11월께부터 일본의 대표적인 고철수출업체인 S사 등이 한국 내에 대리인(오퍼상)을 내세워 고철을 집중적으로 사들이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막대한 자금력을 이용해 시세에 웃돈을 얹어 전국의 고철 수집상을 급속히 끌어들인 것으로 전해졌다.

철스크랩협회 관계자는 이에 따라 지난해 10월까지 t당 16만원 선에서 안정돼 있던 고철 가격이 연일 치솟아 지난 2월에는 t당 32만원대까지 뛰었다고 설명했다. 이 기간 중 국내의 고철 수출량이 급격히 늘어 이 같은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지난해 11월부터 올 1월 말까지 3개월간의 고철 수출량은 8만여t으로 지난해 1월부터 10월 말까지의 전체 수출량(약 5만t)을 훨씬 넘어섰다.

장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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