換借損무방비세계화 무색-눈뜨고 당하면서도 대책 全無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국제화 시대의 환율 변동에 따른 환차손의 위험은 이미 전국 방방곡곡에 미치고 있다.80년대 초반부터 각 지방자치단체들이 들여오기 시작한 엔화 차관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 지방자치단체들은 차관을 들여올 때나 지금이나「엔高」에 대해 속수무책이거나 무관심하다.그렇지 않아도 힘든 재정사정이 엔화 강세로 더욱 어려워져 시민들의 부담이 되고 있는데도 최근의 가뭄에 하늘만 쳐다 보고 있는 것처럼 앉아서 당하고있는 것이다.
서울시는 물론 부산.대구.광주등 어디에도 외화 부채를 관리할국제금융 전문가는 한 명도 없다.
엔고를「당하고만」있는 각 지방자치단체들은 명색이 세계화.지방화 시대의「큰 허점」이 아닐 수 없다.
◇서울시=장혁재(張爀載)재정기획계장은『환율이 변동할 때마다 증권회사등을 자문하고 있으나 환율이 더 오르거나 떨어질 수도 있어 지금 판단하긴 어렵다.사후 관리가 어렵고 다만 상환 계약협의를 해나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결국 환 리스크 관리에 대한 대책이 전무(全無)하다는 이야기다. 현재 서울시는 투자관리 담당관 1명과 재정기획계장 1명,직원 5명등 총 7명이 3백22억엔(현재 잔액)을 포함한 외화부채를「관리」하고 있다.
◇광주시=85년 하수종말처리장 건설을 위해 해외경제협력기금(OECF)에서 38억4천2백만엔을 7년거치 18년상환,연리 5%로 빌려 93년부터 상환을 시작해 현재 33억2천3백만엔이 남아있다.
85년 엔차관을 들여올 당시 1백엔당 5백30원이던 환율이 8백59원(10일 현재)까지 오르는 바람에 손차익으로 재정부담이 매우 커졌다.
◇울산시=88~92년 울산역.철도이설사업비로 OECF에서 7년거치 18년상환,연리 4.2%로 7억3천3백27만7백63엔을빌려와 89년부터 이자를 지급해왔고 96년부터 원금상환을 시작할 계획이다.
◇지방공사의료원=지난 70년대 후반부터 보사부는 의료장비 현대화사업을 위해 당시 국립및 도립병원에 대해 일본의 OECF 차입보증을 실시했다.
이에따라 전국의 지방공사의료원들은 7년거치 18년 상환,연리4~5%의 조건에 따라 차관을 도입해 저마다 이자및 원금을 상환하고 있다.
이들 차관은 당시 보건사회부의 차입보증으로 들여왔으나 환차액에 대한 규정은 없고 단지 상환금은 해당병원에서 책임지도록 돼있다. 이에따라 이번 엔화가치의 급격한 상승으로 막대한 금액의환차손이 발생하자 OECF를 차입한 병원들간에 『보건복지부가 차입보증을 했으니 환차손 부담에 대해서도 보조해줄것』을 건의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李啓榮.李海錫.金相軫.黃善潤.洪權三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