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저널>클린턴 국제주의 개념 논란 빚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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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빌 클린턴 대통령이 밝힌 국제주의(internationalism)개념이 국제문제 전문가들 사이에 논란을 빚고 있다.
최근 미국 외교 및 국방정책을 주제로 워싱턴에서 열린 닉슨추모 토론회에 연사로 참석한 클린턴은 자신과 현정부를 『신종 고립주의에 대항하는 국제주의자』라고 규정했다.
고(故)리처드 닉슨 대통령의 참모들이 주축이 된 이날 토론회에서의 이같은 발언은 헨리 키신저.제임스 슐레진저 등 주요토론자들에 의해 당장 비판의 도마에 올랐다.
클린턴대통령은 「불확실성의 세계에서의 미국의 역할」이라는 연설을 통해 『현정부는 새로운 형태의 고립주의에 대항하는 정책을모색하고 있다』며 『겉으로는 강한 미국을 부르짖으면서도 국익보호를 위한 힘의 배양은 부정하는 세력들이 있다』 는 강한 비판도 덧붙였다.
연설에서 그가 부연한 「고립주의」의 개념은 『유엔에서의 미국역할을 줄여 나가야 한다고 주장하는 자,평화유지군이나 심지어 자국군사력까지 줄이는 대신 우주개발에 주력해야 한다는 자,해외신생민주정권들에 대한 원조나 빈곤추방.환경보전운 동에 대한 지원을 줄이자는 자』등이었다.
이에 대해 토론회의 주요참석자들은 과거에 횡행했던 편협한 고립주의와의 대응선상에서 현정부가 국제화정책을 수행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반박했다.
국제주의란 미국이 국제적 리더십을 확보해야 한다는 역대정권의대의명분을 뜻하며,문제의 초점은 세계각국과 얼마나 조화롭게 이를 추구할 수 있느냐에 맞춰져야 한다는 것이다.
키신저는 『국제주의.고립주의의 대립이 논점이 아니라 미국이 해외에서 이득을 추구할 것인지 아니면 세계각국이 유엔이나 기타국제기구를 통해 이득을 추구하도록 허용할 것인지 하는 이분법이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슐레진저는 보다 신랄하게 『근래 정부의 국제정책에 대해 일고있는 국내의 비판을 「고립주의」라는 해묵은 용어로 매도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오늘날 고립주의란 용어는 「가정을 버린 게으름뱅이 가장」같은 경멸적 의미를 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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