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 영화제 축제 무드-영화100년 잇단 경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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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4면

프랑스영화계가 신바람이 났다.
베르트랑 타베르니에감독의『미끼』(L'appat)가 제45회 베를린영화제에서 그랑프리인 황금곰상을 수상,영화 1백주년의 해에 프랑스의 자존심을 세운데 이어 국내에서는 프랑스영화들이 그막강하다는 미국영화들을 제치고 흥행에서 승승장구 하고 있기 때문이다. 프랑스의 르 몽드.르 피가로 등 주요언론들은 타베르니에의 수상을 『프랑스의 뤼미에르형제가 영화를 발명한지 1백주년이 되는 올해 열린 첫 대형 국제영화제에서 프랑스영화수준을 세계에 과시한 쾌거』라고 높게 평가했다.
수상 발표 다음날인 지난달 21일부터 파리의 샹젤리제.몽파르나스등 영화관 밀집지역에는 『미끼』의 대형 포스터가 붙기 시작해 영화팬들이 포스터앞에서 기념촬영을 하는 등 열띤 축하분위기를 연출했다.
25일 거행된 프랑스 최고 권위의 세자르 영화상 축하만찬이 열린 파리 샹젤리제거리의 푸케식장 앞에는 1천명이 넘는 인파가모여들었으며 밤 11시쯤 타베르니에감독이 나타나자 열렬한 환호를 보내기도 했다.세자르상 심사위원장을 맡은 알 랭 들롱은 올해 베를린영화제가 자신의 특별회고전을 열고 영화 1백주년기념 영화발전공로상을 준데 대해 『프랑스영화에 높은 긍지를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여성들의 사랑과 동성간의 미묘한 감정을 그린 조지안느 발라스코감독의 『저주받은 장미』와 제라르 드파르디유 주연의 코미디 『도시의 인디언』,바네사 페라디 주연의 분위기있는 영화 『엘리제』등 개성있는 영화들이 『퀴즈쇼』『넬 』등 미국의화제작들을 흥행에서 앞질러 프랑스영화계를 즐겁게 만들고 있다.
『저주받은 장미』는 소품인데도 불구하고 개봉 2주만에 파리에서 15만명의 관객을 끌어들이는데 성공했고 『도시의 인디언』과『엘리제』는 3주만에 각각 40만명과 30만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반면 미국영화 『퀴즈쇼』는 엄청난 홍보전과 미국에서의 큰화제,대스타 로버트 레드퍼드가 감독을 맡은 작품이라는 이점에도불구하고 개봉 첫주 파리시내 24개 극장에서 6만8천명의 관객동원에 그쳤다.
조디 포스터주연의 『넬』과 팀 로빈스주연의 『쇼생크탈출』(프랑스에서는 『탈주』란 제목으로 개봉됐다)도 매주 5만명 미만의관객만 들어 흥행성적으로는 프랑스영화가 미국영화를 압도하는 형국이다. 새영화가 개봉되는 수요일에는 모든 TV에서 영화방영을중지하고 신인감독에 대해서는 장학금명목으로 제작비를 지원해주며,국제무역에서도 영화에 대해 강한 주장을 펴는등 프랑스는 영화에 관한한 세계적인 지원책을 실시하고 있다.그럼에도 지 난 수년간 미국영화에 눌려 영화제와 국내 흥행 모두에서 기를 펴지 못했던 것이 프랑스영화계였다.
하지만 프랑스영화의 베를린 영화제 그랑프리수상과 국내흥행호조로 영화 1백주년의 해를 경사롭게 맞게 된 것이다.프랑스 현지언론들은 『프랑스 영화계의 지적 잠재력이 미국영화를 누르기 시작하는 징조』라며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파리=蔡仁澤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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