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책갈피] 잘 생긴 사람이 일 잘한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3면

이코노미 2.0
노르베르트 해링·올라프 슈토르벡 지음
안성철 옮김, 엘도라도, 273쪽,1만2000원

‘잘 생긴 사람이 일을 더 잘 할까’ ‘키 큰 사람의 소득이 더 많을까’ ‘여성의 월급이 왜 남성보다 적을까’ ‘최저임금제를 실시하면 실업자가 더 늘어날까’ ‘축구감독을 바꾸면 팀 성적이 나아질까’.
 
일상에서 흔히 떠오를만한 이런 궁금증을 경제이론으로 풀어내겠다는 서적이 근래 봇물이다. 경제는 영어와 흡사한 면이 많다.까다롭고 익히기 힘든 거북한 존재지만 그렇다고 도외시해버릴 수 없다. 경제공부에 대한 이런 강박증을 손쉽게 치유하겠다는 책들이 흔히 빠지기 쉬운 함정은 ‘참을 수 없는 가벼움’이다. 삼라만상을 경제로 읽어내겠다는 의욕은 허전한 수박 겉핥기로 끝나기 쉽다.
 
『이코노미 2.0』은 ‘그렇지 않겠노라’고 도전장을 내민다. 돈과 문화·투자·권력·행복·일자리·여자·외모 등 우리 생활 주변의 다양한 관심사를 ‘경제 이야기’로 풀어나간다. 가령 ‘외모의 경제학’ 편을 들춰보면 잘 생긴 사람이 일을 더 잘 하는 경향이 있다는 점을 미국 경제학계의 실증 연구 결과를 토대로 분석한다. ‘잘난 외모 자체보다 거기에서 비롯된 자신감이 일의 능률을 높인다’는 추론이 결말이다.
 
두 공저자는 모두 독일의 기자 출신 경제학자다. 현지 경제일간지 한델스블라트에 연재한 칼럼을 책으로 엮었다. 저널리스트적 감각이 엿보인다. 도발적이고 비판적인 의제를 설정한 뒤 예리하지만 난해하지 않게 결론으로 인도한다. 가볍거나 진부한 논리에 빠지는 경우도 눈에 띄지만 각 장의 말미마다 길다란 참고문헌 목록을 곁들여 미흡한 느낌을 보완했다.
 
『괴짜경제학』류의 상식 파괴와 반전,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피트니스 센터나 휴대전화의 요금체계, 인터넷 경매의 원리 등을 다룬 부분은 소비생활에서 애꿎은 손해를 보지 않으려면 어떤 선택이 바람직한지 가이드 역할도 해 준다.
 
저자들은 서문에서 ‘기존의 경제학이 성장·물질·수치를 집중 연구하는 1.0 버전이었다면, 이 책은 인간·행복·만족을 다루는 2.0 버전’이라고 공언한다. 인간은 웬만한 정보를 다 꿰고 좀체 착각하지 않는 합리적 동물이라는 ‘호모 에코노미쿠스’의 전제를 과감히 떨쳐냈다는 것이다.

홍승일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