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부산.창원.경주.이리 4개 공단 현지르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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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중앙에선 「과열이냐,아니냐」로 소리가 나고 있지만 지방 공단의 현장에선 오늘도 기계 돌아가는 소리가 더 가깝게 들린다.업종별로 기업 규모별로,또 공단별로 현장 경기에 대한 감(感)은큰 차이가 나고 있다.따라서 어느 한 공장.공단 을 보고 전체의 감을 섣불리 잡았다가는 장님 코끼리 다리 만지기 식이 되기쉽다.나름대로 업종 구성상 경기의 감이 다르게 느껴지는 대표적인 지방 공단의 현장상황을 본지 기자들이 직접 돌아 보았다.
부산 신평공단 소재 삼양통상(대표 許光秀)부산공장의 허남헌(許南憲)본부장은 오는 24일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이날 2백58명의 베트남 여성근로자들이 들어오기 때문이다.
『주문은 늘어나는데 사람을 구할 수 있어야지요.어디 문 닫는신발공장이 있다고 해 회사 버스를 끌고 근로자들을 데리러 가보면 누가 채갔는지 구경도 못해요.우리 종업원이 1천9백여명인데2백58명의 베트남 근로자들은 부산의 「물 가 뭄」못지 않은 「사람 가뭄」을 덜어줄 단비같은 선물입니다.』 許본부장은 이들베트남 근로자를 「모셔오기」위해 전세 비행기를 예약해 놨고 앞으로 1년간의 급여도 월3백10달러(상여포함)로 후하게 잡아놓고 있다.
이 공장은 현재 7개 신발 생산라인중 6개를 풀가동해 하루 2만2천켤레의 나이키 운동화를 주문자생산방식(OEM)으로 대고있는데 일손 부족으로 놀리고 있는 1개 라인을 베트남 근로자들로 메워야만 미국 나이키社로부터 이미 받아둔 상 반기분 공급 물량을 댈 수 있다는 것이 許본부장의 설명이다.
『신발산업의 전성시대에는 비할 바 못 되지만 작년 하반기이후늘어나는 수출주문이나 인력난을 보면 경기가 좋아지고 있다는 점만은 분명해요.그러나 과열이라고는 생각해본 적이 없습니다.』 부산의 많은 경제인들이 許본부장과 거의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다.삼양통상의 경우도 공장증설등 본격적인 확장 투자계획은 없는대신 기존 생산라인의 가동률을 높이기 위한 일손 구하기에 주력하고 있다.
신발용 가죽원단 공급업체인 ㈜남청의 이삼근(李三根)사장도 『작년이후 동남아.중국등이 댈 수 없는 고가품을 중심으로 수출이늘고 있으나 현 여건대로라면 내년 까지 계속되기는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은행 부산지점의 박찬승(朴贊丞)기획조사과장은 『지표상의 경기와 기업들의 기대.체감경기와는 다소 차이가 있다』고 설명한다. 부산의 제조업 생산지수(90년=1백)는 작년 12월에 95.5로 이 지역 경기가 뒷걸음질치기 시작한 92년이후 가장 높은 수준에 올라갔다.
이에 비해 지난해 연평균 0.58%의 기록적인 수준까지 치솟았던 어음부도율은 올들어 지난 1월 0.40%로 93년 3월이후 가장 낮았다.
한편 작년말 삼성의 승용차사업진출과 부산공장 건립이 확정되면서 자동차부품업 진출을 타진하는 기업이 늘고 있어 앞으로 부산의 경기동향에 중요 변수가 될 전망.
녹산공단의 경우 80만평의 개별공장용지가 두 차례 분양에서 70%밖에 소화되지 않았으나 작년 10월이후 분양 문의가 급증하고 있어 금년 상반기 중 매진될 것(盧在珍 부산시 공업과장)이라는 전망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창원거리에서 가장 흔하게 눈에 띄는 광고는 『사원모집-00부문 00명,월급 000만원』이다.번화가든 뒷골목이든 게시판.전봇대에 이런 광고가 널려있다.이런 구인광고 홍수는 지난해 이후달아오르고 있는 창원공단의 경기를 그대로 반영하 고 있다.
『경기가 좋다』는 말을 체질적으로 싫어하는 기업인들도 창원의경기가 호황이라는 점은 인정하고 있다.
허재경(許在敬)대림자동차 창원공장장은 『93년에 비해 작년 하반기이후 경기가 좋아졌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오토바이를 생산하는 이 공장의 생산라인은 올들어서도 활기에 차 있다. 금년 1월의 생산액은 1백52억원으로 작년1월(99억5천만원)에 비해 50%이상 늘어났다.
태국.베트남등의 현지공장을 통해 값싼 오토바이를 쏟아내고 있는 일본 업체들과 힘겨운 경쟁을 벌이면서도 이 회사는 올해 수출액을 작년(2천2 1만달러)보다 거의 2배 가량 늘어난 3천9백93만달러로 예상하고 있다.
창원공단의 상시 근로자 수는 93년말 7만1천9백명으로 92년말보다 2천여명이 줄어들었으나 작년말에는 7만3천4백명으로 다시 늘어났다.
중화학 업종에 시설자동화 투자가 집중됐던 점을 감안하면 이같은 고용증가는 최근의 경기와 인력부족을 잘 보여주고 있다.
孫炳洙기자 ***여천.이리 한화종합화학 여천공장의 문철수(文哲洙)기술관리실장은 『한화종합화학 공장들은 현재 대부분 1백%가동률을 유지하고 있으며 일부품목은 1백20%까지 올라가고 있다』고 말한다.
여천공단을 관리하는 서남지역 공업단지 관리공단의 이정남(李正男)부장은 『단지내 입주업체는 64개로 평균가동률이 97%에 이른다』는 설명으로 여천지역의 경기호조를 뒷받침했다.한화종합화학이나 대림산업도 이같은 호황에 대비해 올해 각각 1천2백억원대의 증설투자를 계획하고 있다.이는 지난해(5백~6백억원대)보다 2배이상 늘려잡은 것이다.이와달리 이리공단은 일부 수출에 주력하고 있는 전자업종을 제외하고는 경기가 가라앉아 있는 상태다. 이리공단의 최대업체인 (주)쌍방울 이대훈(李大焄)공장장은『내수부문에 코오롱상사.이랜드등이 신규참여한데다 중국등의 저가품이 밀려들고 있어 현재 7백억~8백억원어치의 재고가 쌓여 어려움이 크다』고 말한다.
이리지역 최대업체이자 우량업체인 쌍방울의 경영이 이처럼 밝지못하니 대부분 중소섬유업체의 어려움은 말할 나위도 없다는게 이지역 업계관계자들의 얘기다.
李공장장은 『재고를 무릅쓰고 공정특성상 24시간 가동이 불가피한 방적라인은 1백% 가동하고 있고 가공공정도 80%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한다.
인력문제도 심각하다.4~5년전 1천명에 달했던 생산직을 최근6백명으로 줄였으나 이 규모를 유지하는데도 점차 어려움이 커질것으로 李공장장은 내다본다.
이리 수출자유지역관리소의 윤영춘(尹永春)사업과장은 『전북지역은 정부의 정책자금이 지원돼도 1백%소화가 안된다』며 역내(域內)기업의 영세성을 지적했다.
이에비해 중견기업인 한국광전자연구소는 로봇이나 리모컨에 필수적인 광소자를 주로 생산,수년동안 호황을 구가하고 있다.
이 회사 강희도(康熙道)상무는 『지난해 4백3억원이었던 매출을 올해 6백26억원으로 55%이상 늘려잡고 있다』며 『올해 2백21억원의 설비투자를 계획하고 있고 인력난 해소를 위해 중국 칭다오(靑島)의 현지법인으로부터 1백20명을 데려와 큰 문제는 없다』고 밝힌다.
그러나 그는 인근에 짓고있는 대우.현대의 자동차공장이 부분가동을 시작하는 96년부터 인력난이 심각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洪源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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